서울 송파구청 도시임대사업 민원실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다주택자·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방안을 지난 1일 발표하면서, 민간 등록임대주택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 축소 논의도 재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SNS를 통해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외 폐지를 포함한 제도 손질 가능성을 이미 시사하면서 논의가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이 과도해 이를 낮추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지만 등록임대주택을 아예 없애면 전·월세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5일 지적했다. 일각에선 아예 민간 임대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이 적용돼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3억2000만원 절세 vs 1800만원 혜택”…임대인에 과도한 혜택
아파트 등록 미등록 양도세 종부세 비교
민간 등록임대주택 제도는 민간 임대사업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도입돼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활성화됐다. 주택을 매입하거나 건설해 임대용으로 등록한 사업자에게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고 8~10년의 장기 거주를 보장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문제는 임대인 혜택만 크다는 점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일정한 혜택을 준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제도에 따른 편익이 임대인에게만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참여연대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등록임대주택 제도에 따른 혜택을 조사한 결과, 임대인이 임차인에 비해 최대 18배의 편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참여연대는 임대인 A씨가 서울 강남구 아파트(거주용, 전용면적 84㎡, 매입가 11억원)와 마포구 아파트(임대용, 전용면적 59㎡, 매입가 6억8000만원)를 2016년부터 보유했다고 가정하고, 장기(8년) 임대사업자로 등록했을 때와 등록하지 않고 임대를 했을 때의 종부세, 양도세 납부액을 비교했다.
A씨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8년간 두 아파트를 합친 종합부동산세는 859만원으로, 미등록 시 1억768만원과 비교해 약 12배 차이가 났다. 임대 시작 당시 공시가격 기준 6억원(비수도권 3억원) 이하인 등록임대주택은 종부세 합산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매도 시 얻는 세제 혜택도 크다. A씨가 8년 의무임대로 등록한 마포 아파트를 10년간 임대해 올해 23억5000만원에 매도했다고 가정하면, 양도세는 3억9053만원으로 미등록(6억1096만원)한 경우의 약 64% 수준으로 줄어든다. 등록임대주택에는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과 50~70%의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등록임대를 통해 A씨가 거둔 총 절세 효과는 3억1952만원에 달한다. 세금 7억1864만원이 3억9912만원으로 축소된 것이다.
반면 임차인이 얻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임차인 B씨가 2016년 보증금 5억1000만원으로 A씨의 마포 아파트에서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8년간 거주했다고 가정할 경우, 임대료 5% 상한 규제 혜택을 받게 된다. 참여연대는 시장 신규 전세가격과의 차이를 가정하면, 약 1475만원의 전세자금대출 이자 절감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최대 3회의 이사비용 절약을 고려해도 B씨가 얻는 경제적 혜택은 약 1775만원 수준이다.
민간 등록임대주택은 전체의 6%…임차인 관점에선 ‘부족’
전국 주택 점유현황
정부는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감면이 과도하다는 비판에 따라 2020년부터 혜택을 줄이면서 비아파트 중심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151만가구를 넘어섰던 전국의 등록임대주택 수는 지난해 말 기준 96만7485가구로 줄었다. 그럼에도 아직 서울에만 34만8057가구의 등록임대주택이 존재하며, 이 중 5만5734가구 아파트 임대인들이 종부세·양도세 등 감면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건설임대가 아닌 매입임대를 계속 허용할지 의견을 묻는다”며 등록임대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필요한 것은 제도의 손질이지 폐지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민간 주택임대시장의 대부분은 제도 밖에서 작동되며, 등록임대주택은 임대료 인상 제한과 장기 거주 보장 등 최소한의 임차인 보호 장치로 역할하기 때문이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민간 등록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일반 임대차 시장에서 적용되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면서 “임대인 혜택의 관점에서 섣불리 제도를 축소·폐지하는 경우 현재 보장되고있는 세입자 권리를 하락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서에서 짚은 바 있다.
임차인 관점에서 볼 때 등록임대주택은 오히려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가구(2229만가구) 가운데 약 663만 가구가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지만, 이 중 등록 임대주택은 약 135만 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6.1% 수준이다.
김 연구실장은 “전체 임차가구 중에 등록 임대주택이 많은 지역은 전월세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면서 “등록 임대주택 활성화가 연간 약 0.29~0.38% 수준의 전세가격 안정 효과를 거둔다”고 분석했다.
“임대인 혜택 줄이고 의무화”…재설계 논의해야
이에 현행 제도에서의 과도한 임대인 혜택을 축소하는 동시에, 모든 임대주택과 임대사업자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전면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이강훈 변호사는 “현재의 전월세신고 의무제와 임대사업자 등록 선택제를 기반으로 임대주택과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제 감면 등 ‘인센티브’를 통해 임대주택의 등록을 유도하는 현행 제도를 ‘의무’로 개편해, 임대차 시장의 정보 부족과 관리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성진 부연구위원은 등록임대주택의 ‘주거 품질’을 높이기 위해 임대인의 의무를 확대하는 방식의 개선책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행 제도의 문제는 임대인의 혜택과 의무 사이의 불균형”이라면서 “임대료, 임대 기간에 대한 통제뿐 아니라 양질의 주택을 제공하도록 임대인의 의무를 강화하면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공급 측면에서의 제도 활성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개인·매입 중심 임대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형·건설형 임대 등 안정적인 공급 모델이 확대될 수 있도록 등록임대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