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사실들): 윤석열, 부활하겠다고?
선(맥락들): 미완의 탄핵
면(관점들):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꾸자
12·3 불법비상계엄 1년을 앞둔 지난해 11월26일, 여의도·광화문·한남동 관저·남태령에서 탄핵 집회에 참가해 온 성윤서씨가 서울달을 타고 국회를 향해 응원봉을 들고 있다. 2025.11.26 한수빈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계엄을 일으켜 탄핵된 지 지난 4일로 딱 1년이 됐습니다. 비상식적 계엄 선포에 경악한 2024년 12월3일의 밤,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을 결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던 2025년 4월4일의 기억이 선명합니다. 오늘 점선면은 탄핵 후 1년의 시간을 돌아보고, 남은 과제는 무엇일지 짚어봅니다.
점(사실들): 윤석열, 부활하겠다고?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합니다.”
‘8대 0’.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는 명쾌하고 깔끔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지나온 1년의 시간은 개운치 못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불법계엄이 잘못이라는 점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재판을 8개나 받고 있는데도 사과나 반성이 없습니다. 국회 봉쇄와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가 부하들 판단이라며 책임을 미루고, 수사와 재판 일체가 “내란몰이” “조작과 왜곡”이라며 고집을 피우고 있습니다.
뉘우침은커녕 수감 중에도 ‘윤 어게인’ 세력을 움직이게 하는 데만 골몰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부활절을 맞아 지난 3일 “지금의 시기가 힘들고 어렵더라도 고난에 순종하며 구원의 소망을 품고”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예수의 고난에 빗대면서 ‘부활’을 암시한 겁니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변호인들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선(맥락들): 미완의 탄핵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이 1년 전 탄핵 결정문을 읽으면서 ‘관용과 자제’를 언급한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탄핵 선고 후 강연과 인터뷰 등에서도 줄곧 관용과 자제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탄핵 후 1년이 흐르면서 우리 정치에서 관용과 자제는 더욱 희박해졌습니다.
관용과 자제는 정치 행위자들이 모두 상식의 범주에 있어야 가능합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이름 석자와 제때 선을 긋지 않았고, 정치적 빈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18%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된 지 1년인데도 관련해서 아무런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고요. 신뢰할 수 있는, 상식적인 정치세력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둘러싼 공방이 아니다” “민생과 미래를 책임지는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지만, 반성해야 할 과거를 외면하는데 미래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관용이든 자제든, 더불어민주당이 관용이든 자제든 보이려면 국민의힘이 ‘윤 어게인’과 손을 놓고, 행동으로 상식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일 듯합니다.
민주당은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을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여당을 가로막을 것은 없어 보입니다. 민주당 지지층 일각은 개혁 추진 와중에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를 검증하려 합니다. 이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민주당의 검찰개혁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이른바 ‘뉴 이재명’은 ‘수박’이나 ‘B그룹’ 같은 말들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이 대통령이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하는 것과 대비됩니다. 민주당을 더 큰 정치세력으로 만들 수도 있을 새 집단의 출현이 민주당 전통 지지층에서 관용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장면입니다. 탄핵의 진짜 완성은 관용과 자제의 토양을 일구는 것일 겁니다.
탄핵 후 1년이 지났는데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이 도리어 몸집을 키웠다는 사실도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경향신문이 지켜본 극우 유튜브 80곳 중 60곳에서 구독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극우적 주장은 공론장을 병들게 하고 논의 수준을 퇴행시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는 극우 유튜버 고성국씨와 결탁하고, 나아가 ‘윤 어게인’ 인사를 6·3 지방선거에서 후보로 발탁했습니다. 제도권 정치에 극우 인사 진출이 임박했다는 것, 앞으로도 우리 정치가 관용과 자제라는 당부를 받들기에 험난할 것임을 예고합니다
개그맨 이혁재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광역의원 비례 청년 공개 오디션 본선 심사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면(관점들):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꾸자
불법계엄 이후로 계속해서 헌법이 주목됩니다. 다시는 그 누구도 ‘윤석열식 계엄’을 할 수 없게 헌법에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에 여야 6개 정당 소속 국회의원 187명은 지난 3일 개헌안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 지체 없이 국회에 알려 승인을 받도록 하고, 48시간 이내에 승인을 받지 못하면 즉시 계엄 선포의 효력이 사라지게 하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헌법 전문에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의 정신을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됩니다. 원내에 진출한 정당 중 국민의힘만 개헌안 발의에서 빠졌는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의원 10명이 찬성해야 헌법을 고칠 수 있습니다.
광장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탄핵 즈음 광장에는 윤석열 파면 요구 외에도 다양한 의제들이 등장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가 대표적입니다. 이미 유엔 산하 조약기구들이 한국에 14차례나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차별을 금지해 달라는 요구 위에서 탄생했고요. 새 헌법과 차별금지법이 새겨진 법전을 받아들 때 비로소 탄핵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왔다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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