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타악기 연주자
서울시향 타악기 연주자가 말러 교향곡 6번 4악장에서 큰 망치를 내리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오케스트라 무대는 질서정연하다. 무대 앞쪽에 현악기 연주자는 줄 맞춰 앉아 분주하게 팔을 놀리고 관악기 주자들도 역시 제자리를 지킨다. 그런데 유독 이리저리 무대를 왔다 갔다 움직이는 바쁜 연주자들이 있다. 타악기 주자들이다. 심벌즈를 쳤다가 자리를 옮겨 스네어드럼을 치기도 하고 어느샌가 트라이앵글을 잡고 있기도 하다. 이런저런 악기를 오가며 연주하는 멀티 플레이어들이다.
지난달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6번 공연은 타악기 연주의 역동성과 다양한 타악기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자리였다. 고전주의나 초기 낭만주의 교향곡에서 타악기 편성은 소수이지만 이날 무대에 오른 타악기 연주자는 모두 6명이었다.
팀파니, 심벌즈, 스네어드럼(작은북), 베이스드럼(큰북), 트라이앵글과 같은 익숙한 타악기뿐 아니라 탐탐, 카우벨 같은 비교적 생소한 타악기들도 나왔다. 징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탐탐은 묵직한 울림을 내는 타악기다. 카우벨은 소에게 다는 방울에서 유래한 금속악기로, 여러 개를 걸어두고 채로 친다.
무엇보다 말러 교향곡 6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망치’다. 사람 몸통만 한 크기의 나무 망치로, 객석 뒤편에서 봐도 그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4악장에서 연주자가 거대한 망치를 들어 올려 내리치는 장면이 2차례 등장하는데 시각·청각적인 강렬함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가 없다. 이외에도 말러 6번의 색채와 질감을 더하기 위해 실로폰과 글로켄슈필, 루테도 사용된다. 루테는 가느다란 나무살 다발처럼 생긴 채로, 베이스드럼을 치면서 독특한 소리를 낸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타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타악기 주자들은 공연 내내 무대 맨 뒤에서 이리저리 자리를 바꾼다. 심지어 도중에 퇴장했다가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퇴장이 아니다. 무대 밖에도 연주해야 할 악기가 있어서다. 서울시향은 이날 무대 밖에 ‘오프스테이지 카우벨’을 설치했다. 이 때문에 1명의 타악기 연주자가 몇차례 입퇴장을 반복했다. 말러는 멀리서 높고 낮은 종소리가 들리도록 의도했는데, 오프스테이지 배치를 통해 거리감과 목가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이날 공연에서 서울시향 타악기 에드워드 최 수석은 무대 위에서 자리를 여러 차례 옮겨 다녔고 무대 밖까지 오가며 심벌즈와 카우벨, 망치를 연주했다. 그는 “2차례 해머(망치)가 들리는 순간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기대와 긴장이 담긴 시선으로 제 손을 좇는다”면서 “말러 덕분에 타악기가 나오는 관현악 레퍼토리가 풍부해졌다”고 말했다.
6번 외에도 말러 교향곡 2번과 3번, 7번 등은 비교적 타악기의 존재감이 강한 편이다.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차이콥스키 ‘1812서곡’도 타악기가 보여주는 효과가 크다.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은 오케스트라 전체가 타악기처럼 들릴 정도로 리듬감이 강하다. 라벨의 ‘볼레로’는 스네어드럼이 만들어내는 리듬 소리가 쉬지 않는 맥박처럼 이어진다.
현악기나 관악기 주자처럼 한자리에 고정되어 한 가지 악기만 연주해야 하는 타악기 주자도 있다. 팀파니다. 팀파니는 여러 대의 북이 각각의 음높이에 맞춰져 리듬과 저음 영역의 축을 담당하며 음악의 구조를 받치는 역할을 한다. 다른 타악기에 비해 오케스트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이야기다. 여러 대의 북이 세트로 고정되어 있다는 물리적 구조 때문에 연주자가 다른 타악기 주자처럼 자리를 옮겨 다니는 것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