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독일 뮌헨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AP연합뉴스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에너지 가격 충격을 완화하는 데 재생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생에너지 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가 국내외 연구를 종합해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전쟁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경제적 타격을 입은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는 발전 비용 상승과 환율 변동 등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 전후로 유럽연합(EU)이 신규 태양광·풍력 설비 덕분에 약 1000억 유로(174조2740억원)를 절감한 것으로 추산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없었다면 유럽의 평균 전력 도매가격은 8% 더 높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2021년 2만3042MW(메가와트)였던 유럽의 신규 태양광 설치량이 2023년 5만6902MW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최근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서도 EU 전기요금 상승 폭이 러·우 전쟁 당시보다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EU 연간 평균 전력 도매가격은 2022년 MWh당 227유로(약 39만5000원)까지 치솟으나, 올해는 현재까지 평균 109유로(약 19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아시아의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한국·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 석유·가스 순수입국은 2022년 러·우 전쟁 이후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했으며, 이란 전쟁 발발 후 첫 7일간 2020년 이후 최대폭의 통화가치 하락을 겪었다. 한국 원화는 2월27일 달러당 1466.5원에서 4월2일 1524원까지 올랐다.
IEEFA는 에너지 수입 비용과 환율 상승이 수입 연료에 의존하는 국영 에너지 기업의 재무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기·가스·휘발유 등에 대한 보조금 부담이 에너지회사에 전가될 경우 경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2022년 한국전력은 화석연료 가격은 급등하는 가운데 소비자요금이 동결되자 연간 32조6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재정·통화 정책이나 화석연료 공급 확대만으로는 가격 충격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했다.
리팩트는 “중동 위기로 인한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은 화석연료 및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환율·발전비용 급등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는 연료비 변동에 영향을 덜 받아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