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현지시간) 홍콩 타이포구 웡푹코트(宏福苑) 아파트 단지 화재로 훼손된 건물 앞을 한 보행자가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68명이 사망한 홍콩 타이포구 32층 아파트 단지 웡푹코트(宏福苑) 화재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1차 청문회가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각 정부 부처의 책임 회피와 관리 체계 붕괴가 드러나면서 당국의 안전 관리 실패가 도마 위에 올랐다.
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보도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노동처, 소방처, 주택국 산하 독립심사팀(ICU)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청문회 증언을 통해 드러난 이번 참사의 핵심 문제는 비난연성 비계망 사용, 발포 플라스틱으로 창문을 밀폐한 점, 계단 창문을 목재 구조물로 개조한 점, 공사 현장 흡연, 소방 설비 작동 불능, 입찰 담합 의혹 등 여섯 가지로 요약된다. 특히 홍콩 정부가 설치한 화재 독립위원회는 화재 당일 거의 모든 소방 조치가 “인위적 요인으로 완전히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청문회에서는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가 반복됐다. 각 부처는 화재 위험 점검과 자재의 내화 성능 확인 책임을 묻는 말에 대해 사실상 한목소리로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건설 현장 흡연 문제와 관련해서도 노동처 산업안전 담당자는 “공공 안전 문제는 소관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노동처와 소방처, ICU 모두 보수 공사 자재의 내화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책임이 자신들에게 없다고 주장했다. 규정은 존재했지만 이를 감독하고 집행할 주체가 사실상 부재했던 셈이다.
SCMP는 이에 대해 “정부가 기준을 설정하고도 이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했다면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기본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 청문회에서는 관리업체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현장 관리 부실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작업자들이 소방 물탱크 공사 과정에서 메인 전원을 차단했지만, 이로 인해 화재 경보 시스템까지 동시에 작동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핵심 사실을 둘러싸고 증언이 엇갈렸다. 소방업체 측은 관리 책임자가 화재 발생 약 1시간 전 이미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관리업체 측은 전혀 몰랐다고 반박했다.
감독 체계의 허점도 드러났다. ICU 내부 e메일에는 점검 일정을 사전에 공유한 정황이 담겨 있어 “하루 전에 통보한다”는 정부 설명과 배치됐다. 또 건축물 관련 부서는 2023년 개정된 내부 규정을 ICU에 전달하지 않아 이전 기준에 따른 심사가 이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취임 첫해인 2022년 정책 시행 전 반대 시각에서 문제를 점검하는 ‘레드팀’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번 대응 과정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청회 녹취록의 정확성 논란과 관련해 생중계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정부가 “기존 관행”을 이유로 도입을 거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차 청문회는 오는 8일부터 시작될 예정으로 1차 청문회에서 드러난 책임 소재와 구조적 문제를 둘러싼 추가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