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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하락세였던 혼인율이 2022년을 기점으로 반등했지만, 이를 이끈 1990년대생의 ‘결혼 필요성’ 인식은 오히려 이전 세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율 상승이 인구 규모 효과에 따른 ‘통계적 착시’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의 혼인 실태와 인식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9만2000건으로 저점을 찍은 혼인 건수는 2023년 19만4000건, 2024년 22만2000건으로 증가했다.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도 2024년 기준 4.4명으로 반등했다. 이는 30~34세 연령층 혼인율이 크게 늘면서 전체적인 혼인율 상승을 견인한 결과로 분석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하지만 혼인 반등을 주도한 세대의 ‘결혼관’은 지표와 반대 흐름을 보였다. 만 19~49세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출생 코호트별 결혼 필요성에 대한 인식(4점 척도)을 분석한 결과, 세대가 내려갈수록 결혼 필요성 인식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1970년대생(2.49점)과 1980년대생(2.46점)의 격차는 0.03점에 그쳤지만,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2.23점)의 격차는 0.23점으로 벌어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이 같은 인식 변화에는 세대 특유의 가치관 변화와 구조적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혼 의향이 있지만 하지 못하는 집단에서는 ‘적당한 상대를 찾지 못해서’(43.2%), ‘주거비용 미마련’(20.0%), ‘안정적 일자리 부재’(19.5%) 순으로 구조적 요인이 두드러졌다. 결혼 의향이 없는 집단에서는 ‘결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49.7%)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구조적 제약으로 결혼을 미루는 집단과, 그 과정에서 결혼 자체를 선택지에서 제외한 집단이 동시에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자발적 만혼’의 고착화를 보여주는 지표도 확인된다. 2024년 평균 초혼 연령은 여성 31.55세·남성 33.86세로, 국민이 인식하는 적정 혼인 연령(여성 30.3세·남성 33.2세)을 웃돌았다. 원하는 시기에 결혼하지 못하고 경제적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지연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보고서는 혼인율 반등을 지속 가능한 흐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결혼 장려’보다 혼인을 가로막는 구조적 제약을 완화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인구 규모가 크고 혼인 집중 연령대에 진입한 1990년대생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책임자인 김은정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혼인 감소는 개인의 가치관 변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만남 기회의 축소, 노동시장 불안정, 주거비 부담 등 사회·경제적 구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들 핵심 세대를 대상으로 안정적 일자리와 주거 여건 개선, 만남 기회 확대 등 관계 형성과 결혼 가능 조건을 전방위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이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