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네트워크 ‘화석연료를 넘어서’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범 6개월을 맞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향해 화석연료 퇴출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급이 불안정해진 원유의 대체 물량 확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오만·알제리 등 3개국에 특사 파견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대체 루트인 홍해 항로에 국적 선사의 5척을 투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대체 공급망 확보가 시급한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들이는 노력만큼 화석연료와 수입 의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에너지 전환’ 역시 지금이 기회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6일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을 보고하고, ‘전기국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산업·수송·난방 전반을 전기 중심으로 전환해 전기화 비율을 현재 22%에서 2030년 30%로 높일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11.4%에서 2030년까지 2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 60기를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로드맵도 내놨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평균 28.1%에 비하면 한국은 너무나 뒤처졌다. 에너지 안보뿐 아니라 기후 대응 차원에서도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면적 전기화로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는 것이 이번 전쟁이 일깨운 교훈일 것이다.
에너지 대전환 사업이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미국·이란 전쟁이 조기 종료되더라도 ‘에너지 전환에 국가 운명이 달렸다’는 각오로 밀고 나가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길로 나아가지 않는 국가는 장차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재생에너지 팩트체크 플랫폼인 ‘리팩트’가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재생에너지 전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재생에너지는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경제적 완충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유럽연합(EU)이 신규 태양광·풍력 설비 덕에 1000억유로(약 174조원)를 절약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없었다면 유럽의 평균 전력 도매가격은 8%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도 위기마다 모색하는 공급망 다변화와 유류세 인하 등 임시방편으로는 이 거대한 파고를 넘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위기는 역설적으로 한국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이 전환기를 제대로 읽고, 에너지 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타격을 입을 일자리·지역 경제의 ‘정의로운 전환’ 방안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