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50조원 고지에 올랐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한 분기 안에 달성하는 기염도 토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이 계속되면 엔비디아를 꺾고 글로벌 영업이익 1위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삼성전자는 7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이 133조원, 영업이익이 57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이자, 한국 기업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분기 기준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5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이날 공시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증권가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인 38조1166억원보다 50%가량 높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43조6011억원)을 1개 분기 만에 넘어섰다. 과거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연간 영업이익(58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한 분기 만에 도달한 셈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 93조8374억원, 영업이익 20조737억원으로 세운 역대 최대 실적 기록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률도 43%로 직전 분기보다 두 배 높다.
역대 최대 실적은 인공지능(AI) 확산을 타고 이어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메모리 가격이 모두 가파르게 상승했다.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0%가량 치솟았다는 추산이 나온다.
증권가는 반도체 담당 DS 부문만 약 50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전 분기 DS 부문 영업이익 16조4000억원보다 세 배나 많다. 특히 D램에서만 40조원 이상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도 적자폭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양산 출하하며 시장을 선점한 것도 영업이익 가속화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 사업에서 원화 환산 이익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 S26 시리즈의 판매 호조도 실적 상승분에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모리 등 핵심 부품 가격 폭등과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비 인상 등으로 수익성이 다소 약화됐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조원대에 머물고, TV·가전 담당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는 적자 또는 소규모 흑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초호황에 힘입은 삼성전자의 실적 고공행진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상황에서 AI 가속기·데이터센터에 탑재해야 하는 메모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약 379억달러)은 애플(509억달러), 엔비디아(443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383억달러)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최근 분기 실적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200조원 안팎에서 300조원대로 상향 조정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가 올해 327조원, 내년에는 488조원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엔비디아 예상치(485조원)를 넘어서서 글로벌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가 연결 기준 2025년 4분기 매출이 93조원, 영업이익이 20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힌 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6.1.8. 성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