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컷 ⓒ임안나
세상을 뒤바꿀만한 전쟁 사진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된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 참호에서 기어 다니고 포탄이 날아오르는 해변을 향해 진격하는 상륙선에 몸을 싫고 사진을 찍던 시기는 베트남전 이후로 사라졌다. 전쟁도 마찬가지. 인간의 눈을 대신하는 위성이나 레이다에 포착된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미사일 버튼만 누르면 시대, 우리는 그 결과물도 최첨단 전쟁기계가 지휘부에 보고하는 영상을 통해 확인한다. 총을 맞고 쓰러지는 어느 공화파 병사의 죽음을 찍은 로버트 카파의 사진이 연출인가 아닌가 하는 논의는 이제 더는 필요 없는 시대인 것이다.
사진은 보이는 것을 보여주는 힘도 있지만, 보여주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때문에 어떤 사진작가들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연출해 사진에 담는다. 동강사진마을운영위원회(위원장 이재구,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교수)와 영월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는 <제24회 동강사진상(DongGang Photography Award)>을 수상한 임안나가 그런 작가다.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탱크에 붉은 피가 흐르는 것처럼 장막이 흘러내리며,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케이크 앞에서 미니어처 군인들이 살육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실재의 상황은 아니다. 작가는 애초부터 눈속임할 생각도 없었다. 어떤 사진은 반사판까지 보여주며 이건 엄연히 연출된 장면이라고 관객에게 다시 주지시킨다.
한마디로 간단하게 감상할 수 없다. 아, 전쟁은 참혹한 거야, 라는 클리쉐는 다시 얘기하지만 베트남전 이후로 사라졌다. 이제는 복잡하다. 저기 저쪽에서 전쟁이 벌어진다, 미디어가 그렇게 보도한다, 그런데 미디어가 보여주는 장면은 기자들이 목격한 장면이 아니다, 전쟁기계가 보여주는 화면이다, 전쟁으로 겪는 민간인들의 참상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전쟁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둘러싼 폭력의 메커니즘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제24회 동상사진상을 심사한 김일권 KT&G 상상마당 수석큐레이터는 “오늘날의 예술은 그 너머의 다양한 실험과 새로운 가능성을 요구”한다며 임안나 작가의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손영호 국립순천대학교 사진미디어학과 교수,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오석기 강원일보 부국장, 이갑철 제2회 동강사진상 수상작가도 심사에 참여했다.
제24회 동강국제사진제는 오는 7월 17일(금)부터 10월 11일(일)까지 강원도 영월군 동강사진박물관, 영월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개최하며, 7월 24일(금) 저녁 7시 동강사진박물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 동강사진상을 시상할 예정이다.
엔딩컷 ⓒ임안나
로맨틱 솔져 ⓒ임안나
불안의 리허설 ⓒ임안나
임안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