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을 하루 앞둔 7일 정부서울청사 입구에 관련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정효진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대응을 이유로 정부가 오는 8일부터 공공기관 차량 5부제를 2부제로 강화 실시하겠다고 하자, 도심 외곽 등지로 장거리 출근을 하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출·퇴근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이 지난 6일과 7일 인터뷰한 일부 장거리 출근 교사들은 “지난달 25일부터 공공기관 차량 5부제로 인해 통근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심 외곽 등은 버스 배차 간격이 길고 버스 수가 적어 대중교통 여건이 도심보다 열악하다. 부산 사상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씨(27)는 “경남 김해에서 출근하는 동료의 경우 차를 몰고 30분 정도면 오던 25㎞ 정도 거리에 살고 있는데, 5부제 시행으로 대중교통을 두 번 갈아타는 등 1시간 40분이 걸려서 출근한다”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에 사는 김씨 자신도 평소 통근시간보다 3배 가량 늘었다고 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대상 차량 5부제를 실시하면서 임산부 및 유아 동승 차량, 장애인 사용 차량, 대중교통 열악 지역 및 장거리 출퇴근 차량, 전기차·수소차 등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출퇴근 거리가 30㎞ 이상도 예외로 했다. 하지만 지방에선 다른 도시로 출근하는 경우 이동거리가 30㎞에 미치지 않아도 대중교통이 열악해 정책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적은 읍·면 단위 지역은 어려움이 더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학교가 있는 읍·면 지역으로 들어가는 버스 수가 적을뿐더러 카풀(직장 동료 등과 차를 함께 타는 것)을 할 동료교사 수도 적기 때문이다. 전북 순창의 초등학교 교사 임진우씨(42)는 “학교 가기가 어려워도 대중교통 열악지로 포함되지 않는 애매한 위치에 있는 학교들도 있다”며 “2부제가 되면 카풀로도 해결 안 되는 경우가 생겨서 어려움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몇몇 교사들은 학교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오는 등 불가피하게 ‘꼼수’를 쓰고 있다. 경북의 한 중학교 교사 김모씨(36)는 “현실적으로 차로 출근할 수밖에 없어서 학교 주변 길거리나 건물에 주차하는 상황”이라며 “공무원에게 과도하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위반 차량 단속에…“벌점 주듯 시행하면 실효성 높아지나” 비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 상황에 따른 에너지 절약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다수 학교에선 학교 인근을 순찰하고 위반 차량 단속까지 나서면서 교사들 사이에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강경책만 쓴다”는 성토도 나온다. 서울 금천구의 고등학교 교사 손모씨(26)는 “행정실에서 매일 위반 차량을 단속하고 교사들에게 경고하는 메시지가 온다”며 “학생들 벌점 주듯이 단속하는 식으로 하니까 학교 내 구성원들끼리 갈등만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단속·제재 등 강압적인 방식보다는 실효성 있는 시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의 초등교사 김씨는 “공문엔 ‘차량 운행 휴무일 당일에 한해 유연근무 실시 권고’ 등이 적혀있지만 실행되고 있지 않은데, 강압이 아닌 회유적인 방법이 함께 있어야 실효성이 높아질 듯하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김씨는 “공공기관 근로자들에게만 2부제를 강제하면 정부가 생각하지 못하는 꼼수만 늘어갈 뿐”이라며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에너지 문제 대응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