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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반 잔을 버려야 하는 이유

입력 2026.04.07 19:56

수정 2026.04.0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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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월회의 아로새김]술 반 잔을 버려야 하는 이유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상충되는 장면을 종종 접하곤 한다. 흡연하는 장면과 음주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흡연 장면은 철저하게 모자이크 처리된다. 흡연 장면을 통해 흡연에 대한 호기심이나 친근감 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방지하자는 취지다.

반면에 음주 장면은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방영된다. 아니 무척 과장되게 묘사된다. 등장인물에게 어려운 문제나 힘든 일 따위가 생기면 곧잘 음주 장면이 등장한다. 테이블 위에는 어김없이 술병이 몇 병씩 놓여 있다. 혼술을 하는 장면에서도 소주 두세 병이 기본인 양 놓여 있다. 값이 꽤 나가는 양주를 맥주잔에 부어 벌컥벌컥 마시는 장면도 드물지 않다. 술은 마신다면 모름지기 1인당 두세 병은 마셔야 한다는, 경우에 따라서는 컵으로 들이켜도 된다는 인상을 심어주고자 작정이라도 한 듯하다.

그야말로 폭음을 조장하는 장면들이다. 글로벌하게 술에 관대하고 술 권하는 사회다운 자화상이다. 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재작년에 14조6000여억원이었다고 한다. 폭음률 세계 3위답게 그 비용은 매년 1%씩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수치는 회사 노동자를 대상으로만 한 것이다. 자영업자와 전업주부, 무직자 등을 더하면 그 비용은 더 커진다는 얘기다. 질병관리청이 조사한 1년치 흡연의 사회적 비용인 15조원을 웃돌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음주 장면을 흡연 장면처럼 규제하지 않는다. 하기야 드라마나 영화에서 마약 흡입 장면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실정이니 더 할 말이 없기도 하다.

저 옛날 중국 제나라에 환공이라는 군주가 있었다. 하루는 술자리를 베풀고는 늦게 오는 자는 한 잔을 마셔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마침 재상 관중이 늦게 도착했다. 그런데 그는 반만 마시고 반을 버렸다. 의아해진 환공이 그 까닭을 물었다. 관중은 “술이 입으로 들어가면 혀가 나오고, 혀가 나오면 말이 잘못되며, 말이 잘못되면 몸을 버리게 됩니다. 몸을 버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술을 버림이 낫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환공은 이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술 반 잔씩은 덜어내고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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