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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불타버린 세대’의 희망

입력 2026.04.07 19:57

수정 2026.04.0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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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있어? 어떻게 지내? 우리는 모두 잘 지내. 네가 보고 싶다.” 이란의 한 도시에 사는 나의 ‘이란 가족’이 가족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왔다. 다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나 역시 ‘전쟁’이라는 단어 대신, 그리고 질문을 아낀 채 곧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라는 짧은 답을 보냈다. 단 네 줄의 메시지 속에서도 수백 가지 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전쟁을 다루는 보도 속에는 나의 이란 친구들은 없고, 위협과 팽팽한 긴장만이 존재한다.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지난 4월3일, 이란의 전직 외교부 장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가 미국의 권위 있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이례적인 글을 기고했다. 핵 협상의 산증인이자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를 이끌었던 그는, 이란 국민으로서의 분노를 솔직하게 고백하면서도 자국에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이 글을 쓰는 것이 괴롭다”고 토로한 그는 그럼에도 단호하게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는 것은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민간인의 생명과 기반시설의 파괴만을 초래할 뿐이다.”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이미 협상이 무르익던 국면을 한순간에 끊어냈다. 오만 외교장관은 공격 전날까지 “평화가 손에 닿을 듯 가까웠다”고 말했지만, 폭탄이 먼저 떨어졌다. 이후 미국이 제시한 15개항 평화안을 이란이 거부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이어지며 전쟁은 강 대 강의 소모전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 전쟁을 바라보는 이란 내부의 민심은 단순하지 않다. 이란인들은 스스로를 ‘나슬레 수크테’, 즉 ‘불타버린 세대’라 부른다. 1979년 혁명 이후 태어나 이란·이라크 전쟁의 포화 속에서 성장한 세대다. 제재와 부패, 혁명수비대의 경제 장악과 폭압 정치 속에서 그들의 꿈은 조용히 소각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오히려 전쟁이 흐지부지 끝나버릴까 두려워한다. 정권이 살아남을 경우 더욱 권위적인 통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다. 불타버린 세대에게 이 전쟁은 반전(反戰)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 종식에 대한 희망과 공포가 뒤엉킨 현실이다. 전쟁의 포성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란 정권은 18세, 19세 청년들을 ‘신에 대한 전쟁 선포’라는 죄목으로 처형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 재판이 고문에 의한 자백에 기반한 극도로 불공정한 절차였다고 규탄한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핵시설과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된 사이, 정권은 시위 가담자들에 대한 처형을 이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협박했다. 이러한 모욕적 발언과 민간 지역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전쟁을 통해 자유와 민주화를 바라는 이란인들의 열망을 꺾는다. 이 같은 언사는 이란 내 강경파에게 명분을 주고 협상파의 입지를 좁힌다. 미국은 그 우위를 더 싸우는 데 쓰지 말고, ‘승리를 선언한 뒤 협상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이란과 미국 모두 이제는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전쟁은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멈출 용기를 가진 자가 역사에 남는다. 그리고 그 끝은, 불타버린 세대의 거리에서 다시 시간이 흐를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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