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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안전 자산'이라는 단어는 영어 표현을 살펴보면 그 의미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미국·이란 전쟁을 계기로 '안전자산'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과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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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모를 포성에 금값마저 휘청···새로운 안전자산은 무엇일까

입력 2026.04.08 06:00

수정 2026.04.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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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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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바꾼 안전자산 지형

금괴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금괴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안전한 피난처(Safe-haven)로서의 자산(asset)’.

‘안전 자산’이라는 단어는 영어 표현을 살펴보면 그 의미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영어로는 시장에 몰아닥친 폭풍우(변동성)에서 잠시 몸을 피할 수 있는 항구 같은 자산이라는 뜻이다. 전통적으로는 금이나 미국 국채 등이 안전자산의 역할을 해왔다.

미국·이란 전쟁을 계기로 ‘안전자산’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과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졌다. 금 가격은 3월 한 달간 17% 떨어져 1983년 이후 최대 월간 하락 폭을 기록했다. 미국 국채 가격도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의 대표 종목들이 흔들리자 주자들이 흔들리자 가상자산과 달러 아니면 아예 현금 등 새로운 ‘피난처’를 향해 눈을 돌리고 있다.

우선, 금값의 급락은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 투자 매력이 줄어든다.

여기에 전쟁 전부터 쌓인 거품도 결정타가 됐다. 지난해 금 가격은 65% 급등해 지난 1월 1온스당 5600달러에 육박했다. 전쟁으로 자산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다른 곳에서 난 손실을 메우려고 ‘오를 만큼 오른’ 금을 팔아치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매체 인베스터스크로니클은 “특히 걸프 국가들은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상당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자금 조달을 위해 금을 대량 매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이는 고스란히 금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 금 시장의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CE KRX 금현물’과 ‘TIGER KRX 금현물’(6일 기준)의 지난 한 달간 수익률은 각각 7.17%, 7.32% 떨어졌다. 금 선물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KODEX 골드선물’은 10.2% 하락했다.

[경제밥도둑]끝모를 포성에 금값마저 휘청···새로운 안전자산은 무엇일까

미 국채도 흔들렸다. 미국의 이란 공습 전날 3.95%였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 달 만에 0.5%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이는 국채 가격이 내려갔다는 뜻이다. 전쟁 비용 충당을 위한 국채 발행 확대 우려가 수급 부담을 키운 탓이다. 전통적인 안전자산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안전자산’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디지털 금’, 즉 가상자산을 거론한다. 미국이 이란에 공습을 처음 퍼부었던 2월 28일은 토요일이었다. 당시 유일하게 열려 있던 시장은 가상자산 시장이었다. 당일 비트코인은 처음에 8.5% 급락했지만 이후 반등해 금과 미국 S&P500 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비트코인이 이란 위기를 금과 은보다 훨씬 잘 버텨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중동 오일머니의 일부가 달러 자산과 함께 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24시간 거래되는 고유동성 자산이라는 특성상, 위기가 터지면 가장 먼저 팔리는 ‘청산 대상’이 되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규정하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 등에서 빠져나온 자금의 흐름은 ‘달러’로 향하고 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해 연말 이후 줄곧 100 이하를 맴돌다가 전쟁이 터진 지 2주일만인 지난달 13일 심리적 저항선인 100을 돌파했다. 전통적으로 금 가격과 미국 달러는 역의 상관관계에 있는데, 이번 전쟁을 계기로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에너지 순 수출국이라는 미국의 지위 덕에 유가 급등이 오히려 달러 강세 요인이 됐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이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중동 전쟁이 확전된 뒤에는 달러의 안전자산으로서 지위가 더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걸프국의)오일 머니가 상당 부분 코인이나 달러 자산으로 옮겨지는 경향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한 현금 수요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245조6335억원으로 집계됐다. MMF는 국채나 기업어음(CP), 단기 채권 등 만기가 짧고 안정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때 자금을 잠시 맡겨두는 ‘대기 자금’ 성격이다. 이날 기준 ‘KODEX 머니마켓액티브’에는 지난 한달간 5244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돼 ‘TIGER 반도체 TOP10’, ‘KoAct 코스닥액티브’, ‘KODEX 200’ 등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위험 회피, 현금 선호’ 현상으로 해석했다. 전쟁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금·국채 같은 안전자산의 신뢰도도 떨어지자 일단 대기성 상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이 안전자산 지위를 아예 잃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달 온스당 4000달러선까지 후퇴한 금 가격은 이후 반등해 6일 현재 460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된 것은 아니며, 향후 달러 및 금리 향방에 따라 반등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3월 한달간 피해를 입은 산업금속 및 (금을 비롯한) 귀금속 섹터에 2~3주 내 중동 긴장 완화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라며 “금 가격을 둘러싼 단기 하방 압력이 있지만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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