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미러리스 카메라를 샀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뜨던 카메라 관련 영상을 한 달 넘게 곁눈질하던 때로 기억한다. 그냥 보는 거라기에는 적당히 예쁘면서도 가성비도 좋은 모델에 마음 속 순위를 매기게 되던 때였다. 네이버 카페에 모델명을 쳐보며 ‘역시 괜찮은 카메라 같아...’ 생각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희한하게 스트레스가 만땅이던 어느 날 아침, 덜컥 온라인 숍에서 주문 버튼을 눌렀다. 언젠가는 지르고 말았을 충동 소비라고나 할까.
한 손에 들어도 가벼운 니콘 Z50II
돌이켜보면 나는 종종 카메라가 갖고 싶었다. ‘가성비 모델’을 찾아 헤매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소리다. 그 충동이 가장 컸던 때는 대학에서 영상 수업을 받고 난 22살쯤이었는데, 친구가 산 묵직한 DSLR을 들어보면서 슬그머니 그 마음을 내려놨었다. 10여 년 전의 카메라는 ‘이걸 어떻게 평소에 들고 다니나,’ 싶을 정도로 너무 무거웠다. 비싼 돈을 들여 사봤자 들고 나갈 엄두가 안 날 것 같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품에 들어온 크롭바디 미러리스는 불과 550g으로 가볍고, 아무렇게나 찍어도 사진이 꽤 잘 나왔다. 각 잡고 여행을 떠날 때는 물론 가볍게 동네 산책하러 나갈 때 챙겨 다닐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지난해 가장 아깝지 않은 소비다.
동네를 산책하다가 한 놀이터에서 발견한 거북이 의자. 귀엽다.
멋진 사진을 건지기 위해 출사를 나가거나, 추후 포토샵 등으로 사진을 보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 관심은 사진 자체에 있지 않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기껏 찍어놓고 핸드폰으로 옮기지 않는 일도 부지기수다. 평소에 SNS를 거의 하지 않아 사진을 올릴 데도 없다.
나는 그냥 일상에서 셔터를 ‘찰칵’ 누르는 감각이 좋다.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 댔을 때, 마치 추억처럼 살짝 변색하여 보이는 풍경이 좋다. 핸드폰보다 비일상적인 카메라 앞에서 좀 더 긴장하면서도 끝내 기분 좋게 웃어 보이는 가족과 지인들의 얼굴이 좋다. 이 순간의 아름다운 것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주위를 더 찬찬히 살피게 되는 것도 좋다.
제주 성산일출봉에서 걸어내려가는 부모님의 뒷모습. 앞서 걷다가도 한 번 카메라를 봐달라고 하면, 돌아서서 포즈를 잡는 모습이 퍽 귀엽다.
또 하나 얻은 게 있다면, 혼자 있는 시간을 덜 지루하게 여기게 됐다는 거다. 혼밥은 해도 ‘혼자 여행’·‘혼자 산책’을 안 하는 편인데,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할 만하겠더라.
친구를 기다리며, 카메라를 들고 혼자 돌아다닌 일본 도쿄의 한 거리.
지난해 여름 도쿄 여행, 나보다 늦게 도착하게 된 친구를 기다리며 혼자였던 몇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건 다 카메라 덕분이다. 골목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 복고풍이어서 귀여운 자판기, 괜히 들어가 보고 싶은 LP가게 등을 찍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그 사진들 또한 다시 들여다볼 일은 잘 없었지만, 셔터를 누르던 그 시간은 생생히 기억난다.
내게 카메라는 그 순간을 잘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장난감이 아닌가 싶다. 겨울이 드디어 끝날는지 날이 풀렸으니, 더 들고 나갈 일만 남았다
안녕
문화부 기자. 사실 내 방 침대가 제일 좋은 IS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