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약물 중독자는 ‘약(弱)’한 사람들”···‘오물 쓰나미’에서 찾은 회복의 희망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약물 중독자는 ‘약(弱)’한 사람들”···‘오물 쓰나미’에서 찾은 회복의 희망

입력 2026.04.08 14:21

수정 2026.04.08 15:50

펼치기/접기

“약(藥)을 했던 사람들은 악(惡)한 사람이 아니라 약(弱)한 사람들입니다.” 황금용 사람과배움 대표가 약물 중독자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회에서 격리·추방해야 할 괴물이 아니라 같은 구성원으로 살아나갈 우리의 미래”라고 말한다.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 회복에 애쓰는 여러 청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황 대표는 사회 복귀를 하려 애쓰는 ‘회력자’(회복 노력자)의 아버지다. 최근 아들의 약물 중독과 회복, 가족의 고통과 희망 등을 담은 에세이 <아들은 오늘도 늦게 들어왔다>를 냈다. 아들은 약물중독 치료자활 가족공동체인 인천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에서 생활하며 카페테리아 창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18일 이곳에서 만난 황 대표는 소외와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부터 했다.

“약물 중독은 일탈 문제라기보단 경쟁 사회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소외, 외로움, 존엄에 관한 문제예요.” 그는 “사회적 관계 결핍과 외로움, 미래 불안, 비전 상실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약물을 통해 다른 세계로 도피한다. 세상을 향해 외치지 못할 만큼 마음이 약해서 자기 안으로 굴을 파고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위로와 지지를 받고 싶어하는 선한 이들입니다. 그들을 닦아세우고 처벌을 앞세우기보다 애초 약물에 빠지게 된 불안과 두려움 같은 심리·정서적 문제들에서 벗어나고, 일어서도록 보살피고, 응원해야죠.”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2022년 어느 날 아들이 약물 중독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참담함과 자괴감으로 일상도, 저도 무너져내려 버렸다”고 한다. “‘나이트 메어‘의 악령이 내 집 거실에 불쑥 나타난 것”과 같았다. 약물에 빠진 상태의 아들이 폐인과 미치광이 같은 모습을 보일 때면 무섭고 혐오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울며불며 쓴 체험 일기”인 책엔 이렇게 썼다. “폭력, 욕설, 파괴, 패륜 등 온갖 오물을 그득 담은 쓰나미가 들이닥쳤다. 중독의 한가운데에서 아들이 난동을 피우고 난 후 우리 삶은 끝장난 것 같았다.”

약물 중독 회복과 사회 복귀를 시도 중인 아들에 관한 에세이 <아들은 오늘도 늦게 들어왔다>를 낸 황금용 사람과배움 대표가 지난 18일 약물중독 치료자활 가족공동체인 인천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회력자(회복 노력자들)과 치유센터 건립 문제 등을 논의했다. 김종목 기자

약물 중독 회복과 사회 복귀를 시도 중인 아들에 관한 에세이 <아들은 오늘도 늦게 들어왔다>를 낸 황금용 사람과배움 대표가 지난 18일 약물중독 치료자활 가족공동체인 인천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회력자(회복 노력자들)과 치유센터 건립 문제 등을 논의했다. 김종목 기자

아들의 회복과 자활을 돕고, 약물 중독 문제를 공부하며, 전문가와 다른 중독자들, 그들 가족을 만나면서 차츰 깨달아간다. 아들이 중독 상태에서 내뱉는 욕설은 잘 지내려는 바람, 좋은 사람이 되려는 희망, 회복을 위한 좌충우돌의 한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 약물 기운을 몸에서 빼낸 후 사회 복귀를 하려 노력하는 아들과 다른 회력자들의 선량한 모습을 보며 응원하겠다고 다짐했다.

황 대표는 가족들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자녀가 약물에 중독되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고통받는다. “혼란, 불안, 분노, 공포, 자책감, 치욕감, 패배감, 무력감, 무엇보다 고립감과 좌절, 온갖 악한 감정이 솟구치다가 배출구 없이 안으로 켜켜이 쌓여 몸이 병들어간다”고 했다. 다른 자녀 문제도 있다. “신경이 온통 중독된 아이에게 쏠릴 수밖에 없어요. 그사이 다른 아이가 또 상처받아요. 중독 발병된 애 때문에도 돌봄 우선순위에서 밀리죠.” 그는 “가족은 하소연할 곳 없이 버텨야 하는 멍에를 짊어져야 한다”고 했다. 부부 싸움 같은 갈등도 생겨난다. “나는 가족들 챙기며 돈도 벌어야 하는데 정작 나는 돌봐 줄 사람이 없었다.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싶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가족은 ‘중독의 단서’이기도 하다. “저도 가부장적인 사람이었다. 그 점이 문제였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중독자 아들이 오히려 아비를 일깨우더라”고 말한다. “내가 뭘 잘못 살았나 돌아봤을 때 잘못 산 게 되게 많더라고요. 그거를 인정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시련을 천형이 아니라 천행의 기회로 삼고,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자고 자기 다짐을 했죠, 가족에게도 원인이 있다면 함께 인정하고 치유해야죠.”

황 대표는 가족은 ‘회복의 뜀틀’이라고 말한다. 가족의 노력과 변화가 약물 중독 당사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회복과정의 유혹이나 불순한 의도의 접근을 방어한다는 점에서 가족은 ‘회복의 방파제’이기도 하다.

중독자 가족 간 연결과 소통도 중요하다. 황 대표는 2024년 경기도 ‘다르크(DARC·약물중독재활센터)’가 해체된 뒤 온라인과 SNS소통을 거쳐 ‘민들레 가족’을 만들었다. 중독자 수에 비하면 참여 가족 수는 많지 않다.

“중독자 가족들이 흩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내 자식 회복되는 것이 최우선이고, 약물 중독의 기전은 물론 회복의 기전도 잘 모르며, 내 자식이 중독자임이 노출되거나 공동 모임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을 극히 꺼리기 때문이죠. 다른 가족들 챙기기도 쉽지 않고요.” 그는 “여차하면 유명한 교수, 의사, 전문가를 좇아다니다가 그들을 추종하게 된다. 추종하다 보면 상대는 권력자가 되고 권력이 생기면 추종자는 권력자의 도구가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가족들이 고립하지 말고 연결해야 합니다. 함께 울며 함께 눈물 닦아주며, 힘을 북돋고 함께 노력해야 가족의 삶도 건강하게 거듭 살릴 수 있습니다.”

중독자나 회력자, 회복자 가족 중 사건 등으로 신상이 노출된 게 아니라 먼저 실명을 공개하고, 책을 낸 건 처음이다. 황 대표는 “사회 일원으로 복귀하려 애쓰는 아들과 가족의 힘든 싸움을 응원하고, 다른 가족에게도 여러 정보도 전하고 싶어 책을 썼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1994년 7급 교육행정직으로 공무원 일을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을 거쳐 서울시에서 20년간 행정직으로 일했다. 2023년 서기관으로 명예퇴직한 후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지원단장, 서울시 복지재단 감사실장으로 일하다가 2024년 말 퇴직했다.

중독자 당사자나 가족의 회복과 치유 문제를 인권과 존엄의 문제로 들여다보게 된 건 찾아가는동주민센터 지원단장을 할 때 배운 공부 덕이라고 한다. “정책 핵심 가치를 인권으로 설정했는데, 정작 지원단장인 내가 인권을 잘 몰라 공부를 했다. 자연스럽게 사람의 존엄, 특히 소수자 약자의 존엄 상실과 회복이라는 주제를 고민했다. 그때 페미니즘도 배웠다”고 했다. “나중에 애를 살리려고 하다 보니 그간 입과 머리로만 인권이니 성평등이니 하며 까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죠.” 인권, 성평등 실천 운동을 목표로 ‘사람과배움’ 연구소도 만들었다.

“약물 중독자는 ‘약(弱)’한 사람들”···‘오물 쓰나미’에서 찾은 회복의 희망

공공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으로 황 대표는 ‘중독자 당사자와 가족 중심’의 정책을 호소한다. 그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대책과 프로그램은 ‘우리에 좋은 생각과 좋은 전문적 지식과 기술이 있고, 그걸 베풀 테니 잘 따라와라’ 같이 시혜적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역 사회 곳곳에 소규모 당사자 회복공동체를 마련하고, 중독 회복자들을 유급 고용해 회복공동체나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지원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처음에는 자원봉사로 관계의 경험을 쌓고, 그 뒤 직업 훈련을 하고, 이어 보수가 있는 단시간 노동을 거쳐 권한과 책임 있는 역할을 맡게끔 ‘성장의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당사자, 가족, 전문가들로 의사결정체를 만들고, 투명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걸 가장 중요한 일로 꼽았다.

황 대표는 “약을 끊고 약의 독기를 몸에서 빼내는 건 회복의 1단계, 첫 관문일 뿐이다. 회력자가 사회적 역할을 하며 관계의 회복, 자존의 회복, 존엄의 회복을 단계적으로 밟아 올라가며 온전한 회복을 이루는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요즘은 ‘천하의 쓰레기같은 아편쟁이’ 같은 식으로 보진 않지만, ‘우리 공동체의 같은 구성원인 이 사람들이 다시 회복해야 한다’라거나 ‘이 사람들을 위해서 세금을 써도 좋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말했다.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은 낙오자를 외면하고 혐오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보듬고 부추겨 공동체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었음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 AD
  • AD
  • AD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