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보호’ 의제에서 사용자성 인정
직접고용·AI도입 시 노조 참여 등 불인정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연합뉴스,
국세청의 외주 콜센터 노동자들이 국세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중앙행정기관인 국세청을 법적 사용자로 인정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8일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판단위)자문을 거쳐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에 대한 첫 판단을 내놨다.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 따라 원청이 하청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을 가졌는지가 기준이 됐다.
우선 국세청 홈택스 콜센터 노동자들의 교섭 의제 5개 중 ‘감정노동자 보호 및 작업환경 개선’에 대해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홈택스는 KT씨에스 등 3개 업체에 전화상담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데, 상담원들은 ‘실질적 사장’인 국세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판단위는 콜센터 운영에 필요한 시설·장비를 국세청이 제공하고, 복리후생 시설 개선 여부와 범위·시기를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또 상담 시스템과 전화망 등 핵심 인프라도 국세청이 통제하고 있어, 민원 응대 방식이나 운영 구조를 수탁업체가 독자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점도 반영됐다.
반면 직접고용, 신기술(AI) 도입 시 고용안정 및 노조 참여 보장, 예산 증액 및 임금 구조 개선, 휴가제도 개선 등 나머지 4개 의제는 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판단이 보류됐다.
남미경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모두의콜센터지부장은 “교섭을 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머지 의제는 교섭 과정에서 풀어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금·복지 관련 의제는 실제로 원청의 승인 아래 일부 제도가 운영돼 왔다고 강조했다. 남 지부장은 “근속수당, 장기근속휴가, 유급병가 등이 원청 승인 하에 도입됐다”며 “임금과 복지 역시 실질적으로 통제받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기관인 태권도진흥재단 자회사 소속 노동자에 대해서는 ‘직접고용 전환’, ‘모회사와 동일한 복리후생 적용’에 대한 사용자성이 없다고 봤다. 자회사가 인사·조직·운영 전반에서 재량과 자율성을 갖고 있고, 모회사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번 결정은 원청 사용자성을 ‘일괄 인정 또는 부정’이 아니라 교섭 의제별로 쪼개 판단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건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앞으로 판단 기준을 구체화해 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원·하청 교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판단위에는 지난달 30일 기준 65건의 질의가 접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