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구에서 조산 우려가 있었던 임신부가 병원을 찾지 못하다 3시간 만에 다른 지역 병원에 이송되는 일이 또 다시 발생했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전 2시쯤 대구 동구에 거주하는 임신 20주차 A씨(36)가 복통을 호소한다는 가족의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A씨를 지역 내 병원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대구·경북지역 병원 16곳에서 산모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당시 지역 분만실이 가득 찼거나 산부인과 전문의 당직 부재, 응급 수술 등으로 이송이 어려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씨측은 평소 다니던 충남 아산의 한 산부인과 전문병원까지 연락을 취해 수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소방당국의 도움을 받아 3시간여 만에 병원에 도착한 뒤 치료를 받았다.
앞서 지난 2월28일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미국 국적의 쌍둥이 임신부 B씨(26)가 지역 병원 7곳에서 병상을 찾지 못하다 4시간가량을 걸려 평소 치료를 받던 분당서울대병원까지 가야 했다. 결국 해당 임신부는 아이 한 명을 잃고 다른 한 명도 중태에 빠졌다.
권역 내 병원 이송이 어려워 다른 지역까지 옮겨 치료를 받는 사례는 증가 추세다.
대구소방본부는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한 시점부터 병원 도착까지 2시간 이상이 걸린 관외 이송 사례가 2024년 7건, 지난해 13건이라고 밝혔다.
이송 환자 유형은 뇌혈관질환, 산부인과, 소아과 등 중증·응급질환이 대부분이었다. 안과, 비뇨기과 등 특정 전문치료가 필요한 사례도 있었다.
대구에서는 2023년 10대 응급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응급실 미수용)’ 사망 사건이 발생한 뒤 대책의 하나로 ‘다중이송전원 협진망’을 가동 중이다.
응급의료센터급 의료기관의 응급의학과장과 소방, 대구시 간의 협의를 통해 병원 선정이 곤란한 중증응급환자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직권으로 선정할 수 있게 했다.
대책이 시행된 2023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1537건의 다중이송협진망이 가동됐는데, 이중 1366건(약 89%)은 강제로 치료처가 정해졌다.
다만 진단명이 확인된 환자가 응급처치 이후 최종 치료(수술·입원 등)를 받기 힘든 병원에는 이송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근 사례처럼 조기출산 및 고위험 산모의 배후진료(산부인과·소아과·소아중환자실 등)가 어려운 병원은 협진망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들은 관련 장비 등이 갖춰진 ‘권역모자의료센터’ 2곳(계명대 동산병원·칠곡경북대병원)과 ‘지역모자의료센터’ 3곳(경북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대구파티마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들 모자의료센터 5곳에는 산모-태아 집중치료실 32개와 신생아 집중치료실 145개가 있는 등 시설 기준치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의 등 의료 인력도 기준은 충족한 상태다.
시민단체는 이번 사례처럼 정작 위급 환자를 위한 의료 역량은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8일 성명을 내고 “대구시는 집중치료실 등이 충분하다고 알려왔지만 정작 위급 상황에서 이 인프라는 작동하지 않았으며 책임만 회피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대구시는 응급상황에서의 현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연합은 실제 위급 상황에서 즉각 가동 가능한 필수의료 인력 확보와 배후진료 협진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소방본부는 관외 이송 사례를 막기 위해 산부인과·소아과·외상 등 특수과 근무 경험이 있는 간호사 및 1급 응급구조사를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우선 배치할 계획이다. 또한 구급대원이 병원에서 전문 치료과정을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하기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모자의료센터의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과 인력을 늘리는 등 개선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