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개방’ 합의에도 여전한 불확실성
미·이란 서로 “내가 이겼다”…온도 차 뚜렷
발효 시점부터 혼선…‘최종 합의’ 갈 길 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은 7일(현지시간) 극적으로 2주간 휴전에 합의했지만 휴전 조건 등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다. 대대적 확전으로 이어질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했을지라도 언제든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는 불안한 휴전 상태에 놓인 모습이다.
미·이란은 이날 휴전 사실을 밝히면서 서로 승리를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휴전 합의를 “미국의 완전하고 완벽한 승리”라고 강조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성명에서 “전쟁 목표를 거의 모두 달성했고 적을 역사적으로 참담한 패배에 몰아넣었다는 기쁜 소식을 이란 국민에게 전한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이어 “우리는 여전히 방아쇠에 손을 얹고 있으며 적이 조금이라도 오판하면 전면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면서 휴전 발표가 종전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미국 측에 대한 완전한 불신을 가진 상태에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 우라늄 농축 허용, 호르무즈 해협 통제 지속, 이란에 대한 주요 제재 해제, 전쟁 배상금 지급 등 이란이 제시한 종전안 10개항을 미국이 모두 “수용하도록 굴복시켰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제안한 10개항을 “향후 협상 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안” 정도로 표현했는데, 이같이 온도 차가 이란 측 큰 성명에 대해서는 ‘가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발표한 보다 정제된 내용이 ‘이란의 공식 성명’이며, 최고국가안보회의 성명은 CNN이 보도한 “날조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CNN은 그러나 해당 성명을 이란 당국자로부터 입수했으며 이란 국영 매체들도 이를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미·이란이 2주간 휴전 전제조건으로 내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의 구체적인 방법과 시점도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휴전에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이란 측은 “이란군 협조 아래 기술적 제약을 고려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이를 두고 “이란이 미·이스라엘과 평화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통항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란이 오만과 함께 통행료를 징수하는 등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정체 해소를 도울 것” “이란은 재건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등 애매한 발언들을 내놓으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걷어 재건 비용으로 쓰겠다는 이란의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또 다른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의 줄임말)로 인한 축하 분위기 속에서도 근본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특히 불확실한 쟁점 중 하나는 이란이 모호한 신호를 보낸 후 정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할지 여부”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비롯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 대이란 제재 등 핵심 쟁점에서 양측은 여전히 큰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며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이란 간 지속 가능한 합의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당장 휴전 시점을 두고도 혼선이 벌어졌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발표한 후에도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군 당국은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위협을 요격하기 위한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선 공습경보가 이어졌고, 이스라엘군도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대응 중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휴전 발표를 하면서도 구체적인 발효 시점을 명시하지 않아 중동 지역 곳곳에서 한동안 공격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