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세차례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실시된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선 이사 수에 상한을 둬 상법 개정을 회피하거나 문제가 있는 이사가 재선임되는 등 이사회 내 견제 기능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8일 국내 증시 상장사 232사의 2248개 안건을 분석한 ‘2026 정기주주총회 시즌 리뷰’ 보고서를 보면, 반대 권고율이 12.8%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상법 개정에 따른 정관 변경 안건 증가와 보수한도 안건에 대한 판단 기준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서스틴베스트는 분석했다.
특히 이번 회기 상장사의 정관변경 안건 수는 총 729개로 전년(198건)보다 3.7배 늘어났다. 이중 대다수인 85%가 이사충실의무 확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 2조원 이상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 도입 등 상법 개정 내용이었다. 상법개정을 정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커진 것이다.
주주환원 움직임도 크게 확산됐다. 이번 주총 배당 지급 기업(184사) 중 전기 대비 배당금 총액을 늘린 기업의 비율은 72.3%로 전년보다 10.3%포인트 늘었다. 2년전과 비교하면 28.6%포인트나 늘어났다.
주총에서 자사주 소각을 반영한 기업 수도 지난해 36사(15.4%)에서 올해 52사(22.4%)로 늘어났다. 중간·분기 배당을 지급한 기업 수는 같은 기간 38사(16.2%)에서 47사(20.3%)로 늘어났다.
전반적으로 주주환원과 주주권 제고 움직임이 늘었으나 이사 수에 상한을 두거나 이사 임기 유연화 등 개정 상법을 우회하거나 효과를 약화하려는 시도도 늘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 축소·신설 관련 정관변경을 상정한 셀트리온, 하이브, 효성중공업 등 23사에 대해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선임 이사 수가 감소하면 집중투표제에서 소수주주가 확보할 수 있는 의석 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는 상법 개정의 실질적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가령 3년으로 확정된 이사 임기를 ‘3년 이내’로 변경해 이사 임기를 유연화하거나 기존 2년 임기를 3년으로 연장한 삼성전자, 한화오션 등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사 임기 만료 시점이 분산돼 이사회 교체가 어려워지고 이사의 지배주주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문제 있는 사외이사 재선임에 찬성하거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는 감사위원 선임되는 등 여전히 이사회 내 견제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사례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법 위반 이력이 있는 인사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한 경우, 사외이사로서 요구되는 감시 및 견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효성티앤씨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횡령 혐의로 집행유예가 확정됐지만, 사외이사의 별다른 제지 없이 지난 2월 효성티앤씨 사내이사 후보로 결정됐다.
포스코퓨처엠의 경우에도 포스코그룹 재단과 학교법인에서 감사로 재직한 인물을 감사위원 선임 후보로 올려 대주주와 경영진 견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반대를 권고했다.
류호정 서스틴베스트 의안분석파트장은 “올해 정기주총은 상법 개정 이후 제도 변화가 실제 안건과 의결권 판단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시기”라며 “향후에는 정관 정비뿐 아니라 임원 보수, 자기주식, 주주환원 정책 전반에서 설명책임과 주주 소통 수준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