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서 호르무즈 결의안은 거부
주중국 이란 대사 “중국 안전보장 원해”
스페인 총리 방중…왕이 외교부장 방북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존재감 고조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이란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휴전하기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이란을 설득해 동의를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사태의 방관자로 평가받던 중국은 무력 개입을 피하면서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입증해 외교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8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중국이 이란과 미국과의 협상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은 계속 화해를 촉진하고 전쟁을 멈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관련 국가 외교장관들과 총 26차례 통화했고 중국 정부의 중동 특사가 중동과 걸프 지역을 오가며 방문했다”고 답했다.
마오 대변인은 왕 부장과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지난달 30일 공동 발표한 ‘걸프 및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5개항 구상’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계속 건설적 역할을 하며 중동과 걸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란이 내건 ‘10가지 종전 조건’ 등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이란과 미국의 휴전 소식을 전하면서 이란이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과 중국의 막판 개입 끝에 휴전에 동의했다고 이란 관리 세 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에 유연한 태도와 긴장 완화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협상 관여 여부와 관련해 “그렇다고 들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중국은 이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재개에 대한 결의안 표결에서 러시아와 함께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켰다. 푸충 주유엔 중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시한이 다가오자 ‘문명의 멸망’을 언급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결의안이 채택됐다면) “매우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비아와 홍해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기고 과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푸 대사가 말한 ‘리비아 사태의 교훈’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2011년 유엔 안보리의 리비아 비행금지구역 지정 결의안을 명분으로 리비아에 대대적 공습을 가한 일을 말한다. 유엔 안보리는 무아마르 알 카다피 리비아 총리가 공군을 동원해 민간인을 학살하자 민간인 보호를 위해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과 나토의 공습으로 카다피 정권이 무너졌으나 리비아는 더욱 큰 혼란 상태에 빠졌다. 미국과 영국은 2024년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을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이후 예멘 본토를 공습했다.
중국은 2011년과 2024년 두 결의안 투표에서 모두 과도한 무력 사용이라며 기권했다. 미국이 유엔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호르무즈 해협 결의안 거부권 행사를 비판한 뒤 불과 몇 시간 후에 휴전 소식이 나왔다. 이는 이란 측의 요구를 강력하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압돌레자 라흐마니 파즐리 이란 대사는 휴전 선언 이후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국이 미국이 전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해 주기를 바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 그리고 파키스탄, 터키 같은 중재국들이 협력하여 이 지역의 평화를 보장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산체스 페드로 스페인 총리가 11~15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했으며 중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이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43%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때에도 기권하며 중국과 에너지 협력과 농산물 수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해 왔다.
왕 부장은 9~10일 북한을 방문한다. 지난해 9월 베이징 북·중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와 무역·관광 등 분야 협력 문제와 한반도와 국제 안보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5~16일로 알려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다양한 외교 관계에서 영향력을 드러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