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어두운 차 안에 있었고 창밖은 봄빛으로 가득했다. 그는 한쪽 팔로 지탱한 몸을 돌려 창밖을 보고 있었다. 한국전 참전용사 모자가 그의 모든 것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밖에서는 의장대가 움직였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올해 첫 ‘현충문 군 의장행사’였다. 구령에 맞춰 반듯한 동작들이 뒤따랐고, 총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일렬로 던져진 총이 물결처럼 이어졌다. 그 장면을 노인은 놓치지 않았다. 고개를 조금씩 움직이며 끝까지 따라갔다. 느렸지만, 시선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 자리는 원래 차가 설 곳이 아니었다. 행사장 앞 갓길에 차가 멈췄을 때, 현충원 직원이 다가왔다. 규정대로라면 이동해야 했다. 중년 여성이 차에서 내려 뒷자리의 노인이 걷지 못한다고, 그런데도 이 행사를 너무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잠시 멈춰 서 있던 직원들은 그의 얼굴과 모자를 확인하자 활짝 웃으며 현장이 잘 보이는 쪽으로 차를 안내했다. 이미 많은 시민이 모여 있었지만 불평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행사가 시작됐다. 구령은 또렷했고, 동작은 정확했다. 그 모습을 보는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날의 근사한 배려는 한 참전용사의 하루에 멋진 선물로 남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