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금융감독원의 ‘일탈 원상복구’ 요구 이후 삼성생명의 2025년 사업보고서는 유배당보험계약의 권리가 국제회계기준(IFRS17: 보험계약)에 따른 요구를 제대로 수용했는지 가늠하는 첫 시험대였다. 그러나 이를 읽어본 이해관계자는 허탈했다. 형식은 원상복구지만, 계약자가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는 계산과 연결고리를 비워두었다.
삼성생명은 1990년대 이전 유배당계약자로부터 모인 자금으로 삼성전자 지분(취득원가 5444억원, 지분율 8.51%)을 확보했다. 주식의 평가이익은 현재 100조원에 이르며 이 중 30%가 계약자 몫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회사는 유배당 보장수익률 7%에 비해 자산운용수익률은 4%라며 역마진을 강조했다. 누적 계약자배당 3조9000억원과 유배당결손 보전 누적 11조3000억원을 근거로 ‘배당 재원이 없다’는 변명을 했다. 이번 사업보고서 공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4%’의 산출기준이 불명확하다. 미실현 평가이익을 뺀 감독지표인지, 유배당과 무배당을 섞은 평균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7%는 유배당 보장금리인데, 4%가 전체계정 평균이라면 비교 자체가 어긋나며 계약자 귀속이익의 경제적 실질이 왜곡될 수 있다. 숫자의 정의와 범위를 숨긴 채 결론부터 받아들이라면, 공시는 설명이 아니라 통보다.
둘째, IFRS17은 외생적 요인과 다양한 시나리오를 반영해 지급의무를 확률가중 현재가치로 평가하여 최선추정부채(BEL)를 인식하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유배당계약자 배당금에 해당하는 부채를 인식하지 않았으며, 사실상 ‘추가배당 가능성은 0’이라는 전제를 깔아놓은 듯 읽힌다.
현실을 살펴보자. 삼성생명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고,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생명은 금산법 규정에 따라 3월20일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1조3000억원을 블록딜 형태로 매각하였고 향후에도 계속 처분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처분이익이 발생할 경우 유배당에 귀속되는 금액이 얼마인지, 어떤 조건에서 결손이 환입되고 추가배당이 생기는지, 시나리오별 민감도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제시하지 않는다. IFRS17 BC149에서는 보험부채를 결정할 때 각 현금흐름의 시나리오와 관련된 확률 추정치는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고 보았으나 혹시라도 회사는 낙관적인 편향이 반영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셋째, 이번 변경으로 유배당 관련 17조5000억원이 부채에서 자본으로 재분류되었지만 유배당계약자의 권리가 소멸한 것은 아니다. 표시만 바뀌었다면 설명은 더 촘촘해야 한다. 누가 어떤 권리를 갖고 그 권리가 어떤 가정과 산식으로 얼마가 되었는지 부채에서 자본으로 옮겨간 경로를 보여줘야 한다.
금감원이 요청한 것은 ‘일탈 원상복구’이지 ‘설명 제외’가 아니다. 오히려 일탈이 끝났기에 설명책임(accountability)은 더 무거워졌다.
그런데 삼성생명의 사업보고서는 권리와 귀속 및 관련 시나리오 제시, 민감도 분석을 풀어낸 공시라기보다, ‘배당 재원이 없다’는 변명만 보인다. 진짜 원상복구는 유배당계약자에게 귀속될 수 있는 이익과 손실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부담하고 가져가는지 누구나 검증할 수 있게 드러내는 것이다. 이번 공시는 그 문턱에도 아직 이르지 못했다.
삼성생명이 이런 공시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1990년대 이전에 가입한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수명이 다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은 삼성생명의 주주에게 전부 귀속된다. 누가 이익을 보겠는가? 또한 고객이 납입한 돈으로 현재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하여 지배구조를 확립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한다면 세금은 물론 지배구조 문제가 드러난다. 이번 삼성생명의 공시는 삼성그룹의 이러한 의도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결과물이다.
손혁 계명대 회계세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