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7년 만에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지만 숙제도 잔뜩 받아왔다. 일본과 대만에 모두 졌고, 8강에선 콜드게임 패를 당했다.
9이닝당 볼넷 4.64개는 참가국 20개 팀 중 10위였다. 팀 평균자책 5.91은 15위로 더 떨어졌다. 또다시 확인된 ‘구속’ 차이는 둘째 치더라도 투수들의 ‘제구’가 답답해 보였다. ‘대증’ 처방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근성과 절실함 부족을 지적했고, 누군가는 ‘훈련 부족’을 얘기했다. 원하는 곳에 던지지 못하는 건, 반복이 덜 됐기 때문이라는 오래된 논리였다.
수학을 잘하려면 문제집을 많이 풀어야 한다는 얘기를 빼다 박았다. 문제집을 많이 푸는 건,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능으로 대표되는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잘 맞히기 위해서에 가깝다.
목적을 잘못 설정하면, 해결의 길도 완전히 어긋난다. 투수가 잘 던진다는 건, 스트라이크 존 귀퉁이에 다트 하듯 꽂아 넣는 게 아니라, 타자가 정확히 때리기 어렵게 만든다는 얘기다. 그래서 154㎞짜리 한가운데 속구가 차라리 효과적이다. (다른 나라 투수들이 잘 던지는 게 그 때문이고, 8강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꼼짝 못하는 게 그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훈련 부족 탓에 WBC 성적 부진”
잘못된 목적은 해결 길도 어긋나
공부 통해 달라진 NC 이준혁처럼
‘갈아넣기’는 더이상 ‘왕도’ 아니다
2026시즌 KBO리그가 개막했고, ‘훈련 말고 다른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NC 투수 이준혁(23)은 2022년 드래프트에서 NC에 지명됐고, 군 복무 뒤 지난해 25경기에 나섰다. 올시즌 리그 최고 수준의 ‘스위퍼’를 던진다. 3~4년 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좌우로 휘어지는 폭이 큰 변화구다.
연습도 많이 했지만, 공부해서 만든 공이다. 이준혁은 한 인터뷰에서 “미국 트레드 애슬레틱에서 교육받는 동안 SSW의 원리와 내 스윙 동작의 내회, 외회 특징 등을 분석해서 적응했다”고 말해 많은 야구 관계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SSW는 Seam Shifted Wake의 줄임말이다. 2021년 바턴 스미스 유타주립대 교수가 미국 야구 통계 학회(SABR)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나왔다. 야구공의 솔기가 공 뒤쪽에 만들어내는 공기 흐름의 변화가 궤적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이 실제 적용돼 ‘발명된’ 공이 스위퍼고, 그걸 이준혁이 배웠다.
내회, 외회는 전완, 그러니까 팔뚝의 회전 방향이다. 오른손잡이라면 몸 안쪽(시계방향)으로 도는 게 내회, 바깥쪽(반시계방향)으로 도는 게 외회다. 내회가 잘되면 슬라이더 계열이, 외회가 잘되면 체인지업 계열이 효과적이다. (이걸 이준혁은 글러브 사이드, 암(arm) 사이드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준혁은 외회가 잘 안되는 스윙 메커닉을 갖고 있으면서도 외회 스윙 효과를 낼 수 있는 투심의 궤적을 연구했고, SSW 효과를 활용해 꽤 많이 휘는 공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니까 오른손 투수 이준혁의 스위퍼는 우타자 바깥쪽으로, 투심은 우타자 몸쪽으로 휜다.
원래도 유망주였지만 이준혁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지난해 1승3패, 평균자책 7.30이었는데, 올시즌 5경기에서 1점도 내주지 않은 것은 물론 안타도 겨우 2개만 맞았다. 훈련을 덜 하고 성공했다는 게 아니라, 효과적인 공부와 연구가 더해진 훈련과 연습은 질적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시대가 바뀌었고, 성공의 방식도 바뀌었다. (나를 포함해) 어른들이 겪은 시대는 ‘갈아 넣는 반복의 노력’이 성공의 ‘왕도’였다. 지금은 연구와 분석, 이를 바탕으로 한 공부가 혁신으로 향하는 길이다. 하물며 야구가 이럴진대, 실제 우리 삶과 세상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MZ들은 우리만큼 노력하지 않아”라는 푸념은 자신의 지위를 잃을까 두려운,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방식을 부정당하기 싫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코치(어른, 리더)는 뒷짐 지고 서서 ‘지시한 많은 훈련’을 지켜보며 관리, 감독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공부와 연구를 돕고 효율적이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사람이다. 중요한 건, 훈련량이 아니라 공부다. 그러니 부디, ‘공부를 강요해 운동할 시간이 적어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는 인제 그만.
이용균 콘텐츠랩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