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호르무즈 어떻게 되나
이란, 호르무즈 통제권·우라늄 농축 권리 등 종전 10대 조건 요구
2주 내 핵 협상 합의 회의적…트럼프, 이란 통행료 인정 가능성도
미국과 이란이 7일(현지시간) 2주 휴전에 합의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핵 폐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 무력으로 풀지 못한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하고 이 전쟁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를 마련했다. 그러나 과거 장기간 협상을 통해서도 풀지 못했던 핵 문제 등을 두고 2주 안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명 말살’까지 언급하다 휴전으로 급선회한 것은 “위기를 조성한 후 이를 지렛대 삼아 협상을 이끌어내는 트럼프 특유의 혼란스러운 협상 스타일의 전형적 사례”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지지율이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전쟁을 끝낼 출구가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날 발표된 퓨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64%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정책 결정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9%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공화당 내에서도 반전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측근인 론 존슨 연방 상원의원(위스콘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민간 시설을 공격한다면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쯤 자유로운 통항 가능할까 유조선 한 척이 지난달 11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 해상을 항해하고 있다. 오만 무산담 반도와 접경 지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북부 라스알카이마에서 지켜본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이란이 가까스로 휴전에 합의했지만 여러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은 여전히 크다. 이란 측의 10대 종전 요구 조건을 보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 걸프 지역 내 미군 기지 철수, 자국에 대한 전쟁 배상금 지급, 모든 제재 해제,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 등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미국이 고농축 우라늄 440㎏ 포기, 미사일 사거리 제한 등을 요구한다면 이 또한 이란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의 리처드 폰테인 최고경영자는 “이란의 요구 조건은 마치 전쟁 이전에 바라던 바를 적어놓은 목록 같아 보인다”고 NYT에 말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통제권을 포기할 것인지가 불확실하다. 모하마드 에슬라미 테헤란대 연구원은 미 싱크탱크인 퀸시연구소 매거진에 기고한 글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통제권을 휴전이나 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또다시 오판일 것”이라면서 “이란에 호르무즈 통제권은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전쟁 이후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미사일 프로그램이 대거 파괴된 이란으로선 호르무즈 통제권이 유일한 전쟁 억지력이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를 일부 인정하는 형태로 종전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정체 해소를 돕겠다”며 “많은 긍정적인 조치들이 이뤄지고 큰돈이 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호르무즈 통행료를 징수해 재건 비용으로 쓰겠다는 이란 제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AP통신은 휴전 협상안에도 이란이 오만과 함께 통행료를 휴전 기간 계속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협상 시한이 2주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번 휴전의 또 다른 불안 요소로 지목된다. 과거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경우 이란과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체결하기까지 2년간 협상을 벌였다. NYT는 “이번 협상은 언제든 무력 충돌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긴장감 속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