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공공기관 주차장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홀짝제)가 실시된 8일 서울의 한 공공기관 주차장이 관용 차량 및 2부제 제외 차량만 주차돼 한산한 모습이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걸어서 출근·동료와 카풀족 증가
교통 정체는 줄고 정류장은 붐벼
기후부 “2부제는 당분간 그대로”
광주시 사무관 A씨는 공공부문 차량 2부제 첫날인 8일 버스를 이용해 출근했다. 평소 승용차로 20분 정도면 도착하지만 이날은 버스를 갈아타면서 50여분이 걸렸다. A씨는 “어제 미리 버스 노선을 확인해뒀다”면서 “버스를 타고 시청에 출근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이틀에 한 번꼴이니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광주시가 운행하는 직원 통근버스도 이용자가 늘었다. 7개 노선의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한 직원은 100여명으로 지난달 하루 평균 이용객(70명)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출퇴근 방향이 같은 동료들과 번갈아 차량을 함께 타는 ‘카풀’을 한다는 직원도 있었다.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가 도입된 첫날 전국 공공기관에서는 대체로 혼란이 없었다. 평소 주차공간을 찾기 힘들었던 청사 주차장은 텅 비었다. 청사 주변 도로의 교통 체증이 사라진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 직원들이 우르르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부청사가 모여 있어 출근 시간대 주차장이 혼잡했던 세종시는 이날 오전 청사 주변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청사 지하와 옥외 주차장도 빈 곳이 많았다. 반면 간선급행버스(BRT) 정류장은 붐볐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걸어서 출근하는 풍경도 연출됐다. 한 공무원은 “평상시보다 20~30분 먼저 집에서 나왔다”며 “날씨도 걷기 좋으니 조금 불편해도 감수할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 동인청사와 인접한 지하철 중앙로역도 승객들로 붐볐다. 이날 오전 7~9시 대구도시철도 1~3호선을 이용한 사람은 8만2302명으로 지난주 같은 시간대(7만9908명)보다 3%(2394명) 증가했다. 이날 오전 8시 경기 수원시 망포역도 평소보다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망포역은 수원에 있는 주요 공공기관이나 서울로 통근하는 사람들의 이용이 많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이모씨(30대)는 “평소보다 사람이 20% 정도는 많아진 것 같다”며 “오늘 오전에 버스를 타고 역까지 오는데 차가 꽉 찼다”고 말했다.
자전거 보관소는 ‘빼곡’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 시행 첫날인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앞에 직원들이 타고 온 자전거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도농복합지역으로 읍면 지역 대중교통이 촘촘하지 못한 제주에서는 공무원 출근 시간이 평소의 2~3배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문모씨(40대)는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서 15분인 데다 버스도 한 시간에 2~3번밖에 오지 않아 자동차 없이는 일상생활이 너무 힘들다”며 “비상 상황이라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으나 현실적으로 불편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시 공무원 김모씨(39)는 “지방은 대중교통이 편리하지 않아 부제가 길어질수록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강원 춘천시 외곽의 한 학교에 재직 중인 50대 교사 B씨는 이날 아침 일찍 남편 차를 타고 출근했다. B씨는 “이른 아침에 출근해야 하고 대중교통 이용도 어려워 이틀에 한 번씩 남편 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공공기관 인근 주택가 등에 주차한 다음 걸어서 청사에 들어가는 ‘꼼수’도 보였다.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인근 주택가에선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맴도는 공무원 차량이 눈에 띄었다. 한 공무원은 동료에게 “너무 먼 곳에 차를 주차해놨는데,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임차해 쓰는 중구 서소문제2청사(이도빌딩)는 짝·홀수 번호에 무관하게 승용차의 출입이 허용됐다. 다만 공무원들은 이날 이곳에 주차하지 않았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부산의 한 공공기관 직원 최모씨는 이날 유연근무를 신청했다. 그는 “너무 대책 없이 2부제를 시행한 것 같다”며 “야근은 야근대로 해야 하는데 당분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재택근무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이날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휴전에 합의했지만 공공기관 차량 2부제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는 자원안보위기 경계 단계 발령에 따른 조치”라며 “현 경계 단계가 유지된다면 해당 조치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