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자유권위원회가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난민신청자 리카(52·가명)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심사를 받지 못하고 400여일간 구금된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가 국제협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8일 취재를 종합하면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 2일 “한국 정부가 리카를 14개월간 비인도적 조건 속에 가두고 권리를 침해해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위반했다”는 결정문을 냈다. 한국의 ‘공항 난민’ 사건에 대한 위원회의 첫 판단이다. 리카가 2020년 5월 위원회에 진정을 낸 지 약 6년 만에 나왔다.
위원회는 “(한국이) 국제협약에 따른 당사국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형식적 이유로 난민지위신청을 거부했다”며 “자유권 규약 7조에 따른 권리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자유권 규약 7조는 고문을 당하거나 잔혹한 처우를 받는 곳으로 보내지는 것을 금지하는 ‘강제송환금지’ 의무를 담고 있다. 위원회는 또 구금 상태가 법적 근거와 행정명령 등도 없이 사실상 무기한 이어진 점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규약에 따라 권리를 침해당한 개인에게 완전한 배상·회복을 할 것을 요구한다”며 “유사한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진행을 맡은 정신영 미국 변호사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유엔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난민신청 불회부’와 공항 구금 문제를 개선할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리카는 내전 중인 고국을 떠나 2020년 2월 환승편 비행기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 즉시 난민신청 의사를 밝혔지만, 법무부는 ‘환승객’이라는 이유로 난민심사 기회를 주지 않고 환승구역에 구금했다. 리카는 2021년 5월 법원이 그에게 난민심사 기회를 줘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423일 만에 공항을 벗어나 입국했다. 이후 무단구금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한국 정부에 청구했다. 법원은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고 리카의 난민신청도 허용하지 않았다. 리카는 고국의 상황이 악화되자 ‘새로운 사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다시 난민신청을 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공익법단체 두루, 공익법센터 어필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매년 60~70%의 공항 난민은 정식 난민심사 기회를 받지 못하고 공항에 장기간 구금된 채 출국을 강요받지만, 이들 중 소송을 제기하면 법무부가 지는 경우가 10건 중 7건에 달한다고 한다”며 “법무부는 지금이라도 무도한 행정을 멈추라”고 했다. 리카는 입장문에서 “이제라도 한국 정부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공항에서의 14개월에 대해 보상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