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70여명 ‘수정헌법 25조’ 발동 요구…내각 과반 동의 땐 ‘권한 정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문명을 말살”하겠다면서 사실상 집단학살 위협을 가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축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민주당을 넘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미 NBC방송은 7일(현지시간) 70명 이상의 연방 상·하원 의원들이 대통령 사망·사임 이후 권력 승계 절차 등을 명시한 수정헌법 제25조의 발동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당내 진보그룹의 간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이 동참했다. 25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직무상 권한과 의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부통령이 내각 과반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 권한을 강제로 정지시킬 수 있다.
러시다 털리브 민주당 하원의원은 “학교에 폭탄을 투하하고 소녀들을 학살한 백악관의 전범이 이제 집단학살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 미치광이는 반드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25조 발동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마가에서도 나오고 있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엑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문명 말살’ 발언은 “악하고 광기 어린 발언”이라며 “미국엔 단 한 발의 폭탄도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전체 문명을 죽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정헌법 25조!!!”라고 적었다. 극우 팟캐스터 캔디스 오언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이미 광기를 넘어섰다”며 “25조를 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 정부의 해외 군사 개입에 반대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인사들이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인 언어 사용은 한때 동맹이었던 사람들을 포함한 비판자들이 그의 정신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CNN은 25조가 실제로 발동될 가능성은 작지만 민주당 내부 논의에 그쳤던 트럼프 대통령 축출 여론이 공화당 내부로 확산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이란이 2주 휴전에 합의했지만 축출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엑스에서 “(휴전에 관한) 성명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이란 국민에 대한 집단학살을 위협했으며, 그 위협을 계속해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멜라니 스탠스버리 하원의원(민주)은 “2주간의 휴전 합의를 발표했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