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자활 ‘가족 중요성’ 강조 황금용 사람과배움 대표
약물 중독 회복과 사회 복귀를 시도 중인 아들에 관한 에세이 <아들은 오늘도 늦게 들어왔다>를 낸 황금용 사람과배움 대표가 지난달 18일 약물 중독 치료자활 가족공동체인 인천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들 ‘중독’에 충격받고 공부 시작…‘내뱉는 욕설은 회복 과정’ 깨달아
“가족끼리 울며 북돋아야 삶 건강해져”…사회복귀 희망 전하려 책 출간
“약(藥)을 했던 사람들은 악(惡)한 사람이 아니라 약(弱)한 사람들입니다.” 황금용 사람과배움 대표가 약물 중독자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격리·추방해야 할 괴물이 아니라 같은 구성원으로 살아나갈 우리의 미래”라고 말한다. “‘중독 회복에 애쓰는 여러 청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황 대표는 사회에 복귀하려 애쓰는 ‘회력자’(회복 노력자)의 아버지다. 최근 아들의 약물 중독과 회복, 가족의 고통과 희망 등을 담은 에세이 <아들은 오늘도 늦게 들어왔다>를 출간했다. 아들은 약물중독 치료자활 가족공동체인 인천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에서 생활하며 카페테리아 창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18일 이곳에서 만난 황 대표는 “약물 중독은 일탈 문제라기보단 경쟁 사회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소외, 외로움, 존엄에 관한 문제”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회적 관계 결핍과 외로움, 미래 불안, 비전 상실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약물을 통해 다른 세계로 도피해요. 세상을 향해 외치지 못할 만큼 마음이 약해서 자기 안으로 굴을 파고 들어간 거죠.” 그는 “처벌을 앞세우기보다 애초 약물에 빠지게 된 두려움 같은 심리·정서 문제들에서 벗어나 일어서도록 응원해야죠.”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2022년 어느 날 아들이 약물 중독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폭력, 욕설, 파괴, 패륜 등 온갖 오물을 그득 담은 쓰나미가 들이닥쳤다. 중독 한가운데에서 아들이 난동을 피우고 난 후 우리 삶은 끝장난 것” 같았다. 아들이 폐인과 미치광이 같은 모습을 보일 때면 무섭고 혐오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아들의 회복을 돕고, 중독 문제를 공부하며, 전문가와 다른 가족들을 만나면서 차츰 깨달았다. 아들이 중독 상태에서 내뱉는 욕설은 회복을 위한 좌충우돌의 한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 약물 기운을 몸에서 빼낸 후 사회에 복귀하려 노력하는 아들과 다른 회력자들의 선량한 모습을 보며 응원하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했다.
황 대표는 가족들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절감했다. 한 자녀가 약물에 중독되면, 가족 구성원 모두 고통받는다. “혼란, 불안, 분노, 공포, 자책감, 치욕감, 패배감, 무력감, 고립감, 좌절 등 온갖 악한 감정이 솟구치다가 배출구 없이 안으로 켜켜이 쌓여 몸이 병들어간다”고 했다. 그사이 다른 아이가 또 상처받는다. 부부 싸움 같은 갈등도 생겨난다. “나는 가족들 챙기며 돈도 벌어야 하는데 정작 나는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싶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가족은 ‘중독의 단서’이기도 하다. “나도 가부장적인 사람이었다. 그 점이 문제였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한다. “돌아봤을 때 잘못 산 게 되게 많더라고요. 그거를 인정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시련을 천형이 아니라 천행의 기회로 삼자고 다짐했죠.”
황 대표는 가족은 ‘회복의 뜀틀’이라고 말한다. 가족의 노력과 변화가 중독 당사자에게 희망,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유혹이나 불순한 의도의 접근을 방어한다는 점에서 가족은 ‘회복의 방파제’이기도 하다.
가족 간 연결도 중요하다. 황 대표는 2024년 경기도 ‘다르크(DARC·약물중독재활센터)’가 해체된 뒤 ‘민들레 가족’을 만들었다. 중독자 수에 비하면 참여 가족 수는 많지 않다.
“가족들이 흩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내 자식 회복되는 것이 최우선이고, 약물 중독 기전은 물론 회복 기전도 잘 모르며, 자식이 중독자임이 노출되거나 공동 모임에 역할을 하는 것을 극히 꺼리기 때문이죠.” 그는 “유명 교수, 의사, 전문가를 좇아다니다가 그들을 추종하게 된다. 추종하다 보면 상대는 권력자가 되고, 추종자는 권력자 도구가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가족들끼리 함께 울며 함께 눈물 닦아주며, 힘을 북돋고 노력해야 가족의 삶도 건강하게 거듭 살릴 수 있습니다.”
중독자나 회력자 가족 중 사건 등으로 신상이 노출된 게 아니라 먼저 실명을 공개하고, 책을 낸 건 황 대표가 처음이다. 그는 “사회 일원으로 복귀하려 애쓰는 아들의 힘든 싸움을 응원하고, 다른 가족들에게 여러 정보도 전하고 싶어 썼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1994년 7급 교육행정직으로 공무원 일을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을 거쳐 서울시에서 20년간 일했다. 2023년 서기관으로 명예퇴직한 후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지원단장, 복지재단 감사실장으로 일하다가 2024년 말 퇴직했다.
지원단장을 할 때 배운 공부 덕에 중독자 당사자나 가족의 회복과 치유를 인권과 존엄의 문제로 들여다보게 됐다. “정책 핵심 가치를 인권으로 설정했는데, 지원단장인 내가 인권을 잘 몰라 공부했다. 자연스럽게 소수자 약자의 존엄 상실과 회복이라는 주제를 고민했다. 그때 페미니즘도 배웠다”고 했다. “애를 살리려고 하다 보니 그간 입과 머리로만 인권이니, 성평등이니 하며 까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죠.” 인권, 성평등 실천 운동을 목표로 사람과배움 연구소도 만들었다.
황 대표는 ‘중독자 당사자와 가족 중심’의 정책을 호소한다. 지역사회 곳곳에 소규모 당사자 회복공동체를 마련하고, 회복자들을 유급 고용해 회복공동체나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지원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처음 자원봉사로 관계의 경험을 쌓고, 그 뒤 직업 훈련을 하고, 이어 보수를 받는 단시간 노동을 거쳐 권한과 책임 있는 역할을 맡게끔 ‘성장의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는 “관계·자존·존엄 회복으로 온전한 회복을 이루는 길”이라고 했다. 당사자, 가족, 전문가들로 의사결정체를 만들고, 투명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중요 과제로 꼽았다.
중독자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황 대표는 “‘공동체 같은 구성원인 이 사람들이 다시 회복해야 한다’라거나 ‘이 사람들을 위해 세금을 써도 좋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은 낙오자를 외면하고 혐오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보듬고 부추겨 공동체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었음을 기억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