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594만 뷰’ 기록한 박지수 군산시 주무관, 전북선관위와 손잡고 콘텐츠 제작
박 주무관 “무관심이라는 장벽, 해학으로 허물고 싶어···투표는 지역 소생 위한 투자”
전북선관위가 군산시청 소속 ‘스타 공무원’ 박지수 주무관과 협업해 제작한 선거홍보 숏폼. 전북선관위 제공
엄숙함이 당연한 문법처럼 굳어 있던 선거 홍보에 균열을 낸 이는 뜻밖에도 한 지방 공무원이다. 전북선거관리위원회와 손잡고 숏폼 콘텐츠를 만든 박지수 군산시 주무관(32). 정치적 냉소와 무관심이 일상화된 시대, 그는 ‘재미’라는 비정형의 언어로 유권자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전북선관위는 박 주무관과 협업해 제작한 선거 홍보 숏폼 콘텐츠를 오는 13일 공식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계정에 공개한다고 9일 밝혔다. 60초 안팎의 영상 속에서 그는 “정책공약 보고 갈래?”라고 능청스럽게 말을 건넨다. 기표소 내 인증샷 금지와 같은 유의사항은 설명이 아닌 장면으로 규범이 아닌 리듬으로 전달된다. 정보는 ‘이해’의 대상에서 ‘소비’의 대상으로 다시 ‘체험’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선거 홍보의 문법이 읽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다시 즐기는 것으로 재편되는 순간이다.
박 주무관은 공직사회 홍보의 ‘성공 방정식’을 새로 써온 인물이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이력을 바탕으로 2018년 임용 이후 군산시 유튜브와 SNS를 전담하며 공급자 중심의 도정 홍보를 수요자 중심의 ‘밈(Meme)’과 패러디로 전환했다. 행정 언어의 문턱을 낮추고 공공 메시지의 전달 방식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한 시도였다.
특히 제21대 대통령선거 당시 그가 기획·출연한 영상은 누적 조회수 594만회를 기록하며 공공 홍보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행정안전부 주관 ‘지방행정의 달인’에 선정됐고 적극 행정 공로로 9급에서 8급으로 특별승진했다. 최근에는 JTBC <아는 형님>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특유의 입담으로 지역의 매력을 알리며 ‘스타 공무원’으로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의 배경에는 낮은 투표율이라는 위기의식이 있다. 제8회 지방선거에서 전북 투표율은 48.6%에 그쳤고 이는 지역 의사가 정치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선관위와 박 주무관은 같은 질문에 도달했다.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홍보로는 유권자를 투표소로 이끌기 어렵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B급 감성’이라는 전략을 택했다. 가벼움과 유희는 타협이 아니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설득 방식이었다.
전북선관위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산시청 소속 ‘스타 공무원’ 박지수 주무관과 협업해 제작한 선거 홍보 영상 장면. 전북선관위 제공
그에게 ‘스타 공무원’이라는 수식어는 성취라기보다 책임에 가깝다. 그는 “지역 소멸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낮은 투표율은 지역의 목소리가 중앙에 닿지 못한다는 신호”라며 “투표가 의무를 넘어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촬영 과정에서의 어색함과 부담 역시 감수했다.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방식으로 권위를 내려놓고 그 빈자리를 시민 참여로 채우려는 시도다.
박 주무관은 “나의 망가짐이 투표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영상이 ‘조회수’라는 지표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후보의 공약을 살피는 일은 지역의 생존권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라면서 정치적 냉소가 지역의 침묵으로 굳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 그것이 그의 60초가 겨냥한 방향이다.
유쾌함을 내세운 이 실험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민주주의는 여전히 무겁기만 해야 하는가. 박 주무관은 “짧은 영상은 가장 가벼운 형식을 통해 가장 무거운 행위를 호출한다”며 “일상의 언어로 건네는 ‘부드러운 외침’이 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을 다시 상상하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