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9일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과 관련해 “대대적인 보유 부담을 안기는 방향으로 검토를 한번 해보자”고 지시했다. 그간 다주택자에 집중해 온 부동산 정책 기조를 농지에 이어 기업 보유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넓히며 단계적 규제 확대 구상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회의에서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많은 기업이 비업무용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다’고 언급하자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앞으로는 할 수가 없게, 부동산을 투기적으로 운영해서 거기서 이익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게 만들어놔야 대한민국 산업경제 체제가 제대로 굴러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반드시 그렇게 할 텐데, 그중 아까 얘기 나온 것 중에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서 과거에 한 번 대대적인 규제를 한 일이 있지 않나”라며 “지금은 거의 사라진 것 같은데 이건 별도 항목으로 한 번 정책실에서 검토해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쓸데없이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뭐 하러 대규모로 가지고 있나”라며 “대대적인 보유 부담을 안기는 방향으로 한 번 검토를 해보자”고 밝혔다. 그는 “어차피 지금 주택 문제 다음 단계로 농지, 그다음 단계는 일반 부동산으로까지 확장해 나갈 건데 미리 한 번 오늘 얘기 나온 김에 점검을 해보자”고 말했다.
현행법상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 세율은 공시지가 합산 15억원 이하 1%, 45억원 이하 2%, 45억원 초과 3%다. 과세표준은 공시지가 합산액에서 5억원을 공제한 액수다. 이 대통령이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향후 세율 인상이나 공제액 축소, 과표구간 조정 등을 통해 보유 부담을 높이는 방식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업무용 인정 범위를 축소해 규제 대상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재계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취지엔 공감하지만, 투자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땅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땅을 개발해 건물을 올리고 공장을 짓고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상당수 자산은 중장기 투자나 사업 확장을 위한 준비 자산”이라고 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연합이 2024년 ‘5대 재벌 경제력집중 및 부동산자산 실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부동산가액기준 투자용 부동산을 가장 많이 소유한 곳은 롯데그룹이었다. 당시 롯데는 7조원의 투자 부동산을 소유했고, 이어 삼성(약 4조원), SK(약 3조원), LG(약 1조원), 현대차(약 6000억원) 순이었다. 그룹 계열사로 보면, 삼성생명보험, 롯데리츠, SK리츠, 롯데쇼핑, 호텔롯데 순으로 투자 부동산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