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친정부 시위대, 합의에 항의 행진
테헤란 주민들 안도···“전쟁은 좋지 않아”
반체제 측에선 “이란 해방되지 않았다”
당국, 인터넷 차단 등 유지하며 ‘결집’ 요구
한 남성이 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정보기구 수장인 세예드 마지드 카데미 소장의 장례식에서 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극적으로 합의된 미국과 이란의 휴전 소식에 이란 국민 사이에서 안도와 우려, 반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AFP통신은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민 대부분이 휴전 소식에 안도했으나 일부 시민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성과가 없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란 내 강경파들이 휴전 합의에 반발하고 있다. 친정부 시위대는 휴전 합의가 발표된 후 거리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죽음을! 타협하는 자들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행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도 외교부 청사까지 항의 행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당국이 항전할 것이라 생각했던 친정부 세력은 휴전 합의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직 이란 교도소 관리의 아들 마지드 누리가 촬영해 엑스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정부 지지자들은 휴전 소식이 전해진 직후 테헤란 엔겔랍 광장에 모여 토론을 벌였다. 그는 “휴전 소식이 전해진 오전 3시쯤부터 사람들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며 “대부분이 충격을 받고 분노하고 있다”고 영상에서 말했다.
한 이란 국민은 “우리는 당신(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이란을 해방해 달라고 도움을 청했지만, 당신은 이란을 해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끔찍한 나라를 우리에게 떠넘겼다”고 반체제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에 말했다. 테헤란 청년 아르민은 “전쟁이 끝나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존속한다면 국민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AFP에 말했다.
휴전 소식에 안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오전 테헤란 일부 지역에서는 휴전을 축하하는 행사가 몇 차례 열렸으며 많은 상점이 문을 열고 외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거리에 활기가 어느 정도 돌아왔다고 전했다. 테헤란 주민 하산 바가리는 “신의 뜻에 따라 (휴전은) 영구한 합의가 될 것이고 진정한 평화가 올 것”이라며 “어떤 조건이든, 어떤 나라에든 전쟁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는 등 휴전 합의 이후에도 공방이 계속되면서 이란인들은 휴전이 무효가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테헤란의 은행원 마리암은 “2주 안에 전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사람들은 지쳐 있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휴전 합의가 발표된 후에도 인터넷 차단 등 국민을 상대로 한 탄압 조치를 이어가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촉구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 지지자들에게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또한 당국은 지지자들에게 자녀들을 데리고 검문소와 보안 순찰대에 합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휴전 이후 반정부 시위 등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이란 국민은 “이번 휴전으로 (정부의) 살상 기계가 더 빨리 가동될 것이며 더 많은 젊은이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