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등 “이란, 통행료 부과 계획” 보도
“하루 10여척·배럴당 1달러, 위안화·가상통화 징수”
호르무즈 해협 통제 휴전 기간 더 공고화
한 LPG 수송선이 오만 시나스 지역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이 묶여 있다. 2026년 3월 11일 촬영/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미국과의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징수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이란이 전쟁 중 자의적으로 단행한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더욱 공고화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8일(현지시간)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체결한 휴전 협정에 따라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를 하루 12척 정도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중재국들에 알렸다고 아랍 중재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부과금은 선박 크기에 따라 달라지며 기본 통항료, 보안 호송 비용 및 행정 처리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미국은 휴전 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들었지만 이란은 통제를 이어갔다. WSJ와 알자지라 등 여러 매체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7일 아라비아해와 오만만 인근 선박들에 초단파 무전을 통해 “허가 없이 통항을 시도하는 선박은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이란과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이후 내려진 조치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날 단 4척의 배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는 4월 들어 가장 적은 수치다. 전쟁 전에는 하루 100척 이상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다. 이란은 지금도 선박들이 통행료를 사전에 협의하고 가상통화나 중국 위안화로 지불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운송료는 통항 1주일 전에 책정되며 배럴당 1달러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주장에 “이번 사안은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내용과 실제 상황이 다르다”며 “비공개적으로는 오늘 해협의 통행량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해협의 통제권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걸프 지역에서 발이 묶인 선박들은 이란 등 담당자로부터 해협 통과가 안전한지를 비롯해 명확한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7일 오전 페르시아만에는 총 5610만 DWT에 달하는 2466척의 선박이 묶여 있다.
이란은 전쟁 중 민간 선박을 공격하면서 구축한 ‘통행료 징수’ 체제를 미국과의 휴전 협정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제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미드 호세이니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제품 수출업자 협회 대변인이 “(휴전) 2주 동안 무기 밀반입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협을 드나드는 물자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며 이란 당국이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검사하고 통행료를 징수하기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호세이니 대변인에 따르면 통행 조건은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가 결정한다. 통행료는 배럴당 1달러이며 ‘디지털 화폐’로 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인정되면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LNG 공급 물량의 약 20%가 지나는 요충지다. 현재도 이란이 우호국과 비우호국 선박을 가리며 통행을 허가하고 있으며 통행료를 차등 요구한다고 전해진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제안이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유엔 해양법 협약 등 국제 조약을 위반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란은 오만과 통행료를 나눠 갖는 방안을 중재국들에 제안했지만 오만은 이를 거부했다고 WSJ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