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원 대만 국민당 주석이 지난 8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 있는 국부 쑨원의 묘소인 중산릉에서 헌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대만 제1야당 대표가 일본의 대만 식민 통치 역사를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난했다.
9일 홍콩 성도일보 등에 따르면 정리원 대만 국민당 주석은 지난 8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서 국부 쑨원의 묘소인 중산릉을 참배한 뒤 연설하면서 ‘일본’을 11차례 언급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지난 7일 중국을 찾은 정 주석은 중산릉 보아이광장에서의 연설 중 일본이 대만 사회와 민족 정서를 억압했다면서 “청일전쟁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큰 칼에 입은 상처가 양안 사이에서 지금까지도 아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쑨원 서거 당시 대만이 일본 식민지였던 것을 언급하면서 대만인들은 본토에서처럼 공개적으로 추모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성도일보는 “역대 국민당 주석들의 중산릉 참배 발언은 대체로 쑨원이 중화민국을 세운 역사와 그의 사상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이전과 달리 정리원은 일본 식민지배 역사를 두드러지게 강조했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만 정치권의 격렬한 논쟁 속에서 이뤄진 이번 방문에서 정 주석은 연설 중 여러 차례 감정이 북받친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 역사적인 상징성이 컸다고 평가했다.
SCMP는 정 주석이 중국 본토와 대만을 갈라놓은 것이 일본의 제국주의 세력이라고 비판했으며, 청나라가 무너진 1911년 이후 지식인들은 부흥한 중국이 언젠가 대만을 되찾고 일본의 식민 통치를 끝낼 것으로 기대했음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정 주석의 이례적 발언에 대해 친일 성향 행보를 보여온 대만 여당인 민진당을 견제하고 양안 갈등의 역사적 배경으로 일본의 ‘책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매체 중국시보는 뉴쩌쉰 대만 문화대 광고학과 교수가 “정 주석의 연설은 쑨원과 대만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 민진당 정부의 친일 성향을 측면에서 겨냥하려는 의미를 담았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뉴 교수는 “전체적인 주제를 ‘평화’에 집중해 민진당 세력의 ‘반중’ 공격을 돌파하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치둥타오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싱가포르의 중국어 매체인 연합조보에 “정 주석은 중국과 대만을 연결하는 데 공동의 위인인 쑨원과 공동의 적인 일본 군국주의 등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전 국민당 주석들과 달리 정 주석은 중국 본토 중심의 시각이 아닌 대만에 자리 잡은 국민당의 시각에서 일제 식민역사와 국민당의 성과·과오를 언급했다”라면서 “이는 연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친중’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주석은 오는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 대표의 만남은 2016년 11월 훙슈주 대만 국민당 주석과 시 주석이 회담한 지 10년 만이다. 정 주석은 12일까지 중국에 머물면서 공산당 간부와 기업인 등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