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지수가 표시돼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해 ‘가계 여윳돈’이 약 270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의 순금융자산도 약 656조원이나 불어났다. 지난해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면서 여윳돈이 불어난 가운데, 국내주식 활황으로 주식투자를 크게 늘린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5년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지난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은 26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순자금운용 규모는 1년전보다 54조2000억원 늘어 전년(45조2000억원)보다도 더 크게 불어났다.
순자금 운용액은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값으로, 여윳돈을 뜻한다. 한은은 소득이 지출보다 더 크게 불어났고 아파트 신규입주물량이 감소하면서 여유자금이 늘어났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가계 지출 증가율(전년비)은 2.2%로 전년(3%)보다 0.8%포인트 줄었지만, 가계 소득은 3.5% 늘어 전년(3.3%)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계속되며 가계 지출 증가율은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잇다.
가계가 굴리는 여윳돈은 주식으로 향했다. 차입금을 비롯한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지난해 자금운용 규모는 342조4000억원으로 전년(약 249조원)보다 100조원 가량 불어났다.
예금을 비롯한 금융기관 예치금(131조5000억원)도 전년보다 약 18조원 늘어났지만, 주식투자에 해당하는 지분증권·투자펀드 운용 규모가 106조2000억원으로 전년(42조2000억원) 두배 넘게 불어났다. 지분증권·투자펀드 운용 규모는 ‘동학개미 운동’으로 투자열풍이 불었던 지난 2021년 119조9000억원 이후 4년만에 가장 높았다.
김용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주가가 올라 가계가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등에 투자한 자금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계가 금융권에서 빌리는 자금조달 규모는 72조7000억원으로 전년(33조3000억원)보다 두배 넘게 불었다.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빚내서 투자’ 등 주식 관련 신용대출 증가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자산만 따로 보면, 지난해말 가계 금융자산은 총 6201조9000억원으로 전년말에 비해 729조3000억원 늘어났다.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도 1년 전보다 655조6000억원 늘은 376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자산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43.2%로 전년보다 3.2%포인트 줄은 반면, 지분증권·투자펀드 비중은 26.5%로 전년보다 6.2%포인트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