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월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내란 당시 경향신문 등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관련 문건을 대통령 집무실에서 본 기억이 전혀 없다고 법정 진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탄핵심판 변호인과 나눈 대화까지 제시하며 추궁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그런 대화를 나눈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9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항소심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윤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이 전 장관 측은 1심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증인으로 출석한 적이 없어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은 공범 관계로, 윤 전 대통령의 진술 신빙성을 믿을 수 없다며 증인채택을 거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장관 측에게 증인신문 기회를 주는 대신, 진술 신빙성은 별도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증인신문 과정에선 윤 전 대통령이 불법계엄 당일 이 전 장관에게 국회 등 주요 기관 봉쇄를 지시하거나 언론사 단전·단수 관련 문건을 전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 측과 특검 측 신문 과정에서 일관되게 ‘문건을 전하지도 않았고, 구두 지시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가 직접 나서서 윤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 집무실에) 단전·단수 기재 문건이 있었다고 피고인(이 전 장관)은 말하는데, 계엄을 앞둔 상황에서 그런 문건이 집무실이 있었다면 일반적인 얘기는 아니다”라며 “의아하거나 충격을 받을만한 내용이라 피고인도 기억날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는데, 증인은 전혀 기억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윤 전 대통령은 “단전·단수 자체를 계획하거나 해본 적이 없다”며 해당 문건을 보거나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이었던 이동찬 변호사의 진술을 근거로 들면서 단전·단수 문건을 본 적 없는지 재차 확인했다. 재판부는 “이 변호사가 소방청장 제목의 문건 부분을 증인(윤 전 대통령)에게 물으니, 증인이 ‘그걸 어떻게 알았대? 이 전 장관이 그걸 또 봤대?’라고 변호사에게 얘기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질문에도 윤 전 대통령은 “저는 이 변호사와 그런 대화를 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이 전 장관 측도 재판부의 질문 과정에 끼어들어 윤 전 대통령에게 단전·단수 문건을 본 적이 없는지 추궁했다.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증인이 구체적으로 이 변호사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나, 그런 뉘앙스로 이 전 장관이 헌재에서 얘기한 적 있다”며 “이런 취지로 얘기한 적이 없느냐”고 물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질문에도 “저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이 변호사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런 얘기까지 나왔는데 증인이 집무실에서 문건을 본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하니까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 묻는다”며 “이렇게까지 들은 사람이 있는데 기억이 안 나느냐”고 호통치며 물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소리 내 웃으면서 “이 변호사에게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기존 대답을 반복했다.
이 전 장관은 12·3 내란 당시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언론사의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등 내란 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오는 15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