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진보 4당 의원들이 9일 정개특위 운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소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가 불과 50여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선거구 획정과 정치개혁 법안이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외국인의 선거권 취득 요건을 강화하고 사전투표제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극우의 혐중 정서와 부정선거 음모론에 터 잡은 요구를 들고나와 몽니를 부리는 국민의힘의 행태가 개탄스럽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제1소위원회는 지난 8일 선거구 획정과 지방선거의 비례성·다양성·대표성을 높이는 내용의 정치개혁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외국인 선거권 취득 요건 강화와 사전투표제 변화를 요구하며 거부해 회의는 취소됐다. 9일 소위에선 국민의힘 뜻대로 사전투표제와 외국인 참정권 제한 안건이 상정됐지만 이번에는 진보성향 야 4당이 반발해 파행했다.
한국은 2006년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에 한해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상호주의 원칙 등을 도입해 이 요건을 까다롭게 하자는 건 결국 중국 국적자에게 투표권을 주지 말자는 얘기일 것이다. 중국이 한국 선거에 개입한다는 극우의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그러나 이는 음모론에 불과하다. 2022년 지방선거 때 중국 국적 유권자는 10만여명이었고, 전체 외국인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은 13.3%에 불과했다. 전국에서 중국 국적자 1만3000명 정도가 투표한 셈인데, 이 정도 숫자로 전체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는 건지 의문이다. 사전투표제를 바꾸자는 것도 부정선거 음모론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고작 이런 문제 때문에 법정 처리시한이 4개월 넘게 지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고, 정작 중요한 정치개혁 법안 논의도 멈춰 있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짐 캐리 예산(외래 관광객 유치 마케팅 활성화 지원 사업 예산 중 일부) 등이 포함됐다가 삭감된 걸 두고 이날 “대통령이 잡아뗐으나 중국 추경인 사실이 곧바로 드러났다”고 했다. 전체 추경안 26조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이재명 대통령이 “(적용 대상이) 중국 사람으로 (한정)돼 있으면 삭감하라”고 지시했는데도 계속 꼬투리를 잡고 있다. 정개특위를 극우 선전장으로 만들고, 혐중 마케팅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 여야는 조속히 선거구를 획정하고 정치개혁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