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 강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전체회의에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에 대해 대대적 부담을 안기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성장경제분과 위원인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기업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과다 보유를 거론하자 이 대통령은 “기업이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뭐 하러 그렇게 가지고 있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차피 주택 문제 다음 단계를 농지에서 일반 부동산으로까지 확장해나갈 것인데 얘기 나온 김에 미리 점검해보라”고 정책실에 지시했다. 기업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는 생산적 투자에 써야 할 기업자금을 토지·건물 투기에 돌림으로써 자원 낭비는 물론 땅값 상승 등의 폐해를 초래한다.
기업들의 부동산 투기로 땅값이 치솟자 1990년 노태우 정부가 토지공개념에 입각해 대기업들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강제 매각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후 정부에서 규제가 약화되면서 기업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투자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24년 ‘5대 재벌 부동산 자산 실태’(2022년)를 조사한 결과 당시 5대 그룹이 소유한 전체 토지 가격은 15년(2007~2022년) 사이 3배 상승한 47조원에 달했다. 5대 그룹이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보유한 투자부동산 가액은 2012년 9조9000억원에서 2022년 17조7000억원으로 10년 만에 80%가량 증가했다. 그룹들이 부동산투자신탁회사(리츠)를 설립해 계열사 영업점 등을 투자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임대수익을 얻는 비즈니스도 성행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농지 전수조사에 이어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규제에 손을 대기로 한 것은 부동산 시장의 ‘큰손’들을 방치하는 한 정부 정책이 먹혀들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부동산 정상화 정책 기조를 일관성 있게 이어가기 위해서도 기업 부동산 규제는 필수적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을 투기적으로 운용해서 이익 보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대한민국 산업경제 체계가 제대로 굴러간다”고 했다. 기업들이 설비 및 연구·개발 등 본연적 투자에 집중하는 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기업 부동산에 대한 규제는 불가피하다. 기업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과세 강화를 위해서는 먼저 기업집단의 보유 부동산에 대한 주소, 면적, 장부가액, 공시지가·공시가격 등을 의무 공시하는 제도부터 도입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