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행된 헌법 소책자
미국의 헌법에는 대통령을 강제로 끌어내릴 수 있는 ‘비상 해임’ 조항이 들어 있다.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과 내각 과반수가 동의해 의회에 서한을 보냄으로써 대통령 권한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한 ‘수정헌법 제25조’다.
1967년 이 조항이 제정된 배경에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1963년)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잔여 임기를 승계한 린든 존슨 부통령마저 심장질환을 겪으며 권력 공백 위험이 커지자 도입됐다. 미국 정부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수정헌법 25조는 4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앞 부분 3개 항은 대통령의 사망·사임, 부통령 궐위와 승계 등에 대한 내용이다. 대통령 동의 없는 강제 해임은 마지막 4항에 규정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 마디 한 마디에 82억 인류가 경악하고, 분노하고, 절망하는 중이다. 마침내 이란의 “문명을 말살”하겠다는 망언에 이르자, 미국 내에서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미국 언론 보도를 보면, 70명이 넘는 연방 상·하원 의원들이 25조 발동을 요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부에서도 찬성하는 인사들이 나온다. 트럼프의 측근이던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엑스(X)에 “수정헌법 25조!!!”라는 글을 올리고 “문명 전체를 죽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극우 논객 캔디스 오언스도 “25조를 발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역사상 수정헌법 25조에 의해 ‘쫓겨난’ 대통령은 없다. 이번에도 실제 발동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J D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밴스가 변심한다 해도, 트럼프가 25조 발동에 찬성할 가능성이 있는 각료 몇 명을 해임해 버리면 그만이다.
설령 25조가 발동돼 트럼프 권한이 정지되고 밴스가 대통령직을 대행한다 해도, 트럼프에겐 방어권이 보장돼 있다. 결국엔 상·하원 모두 3분의2 이상 찬성해야만 해임이 확정된다. 하원에서 과반, 상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한 대통령 탄핵보다 요건이 더 까다롭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과 세계의 평화·안전을 계속 위협한다면? 미래는 예단할 수 없다.
김민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