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진은영 시 | 이수지 그림
우리학교 | 64쪽 | 1만8000원
여행 가방을 든 아이가 현관문을 나선다. 아이는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전한다.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스무 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하다고. 빈 교실 책상에 엎드려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는 아빠에게 사과한다. 휴대폰 충전 안 해놓고 걱정시켜서, 이번에 배에서 돌아올 때까지 일주일이나 연락 못해서 미안하다고.
12년 전,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난 아이는 세상에 남은 이들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한다. “나는 이곳에서 여전히 볼이 통통한 아이이자 슬픔의 대가족 사이에서도 힘을 내는 씩씩한 엄마아빠의 아이야. 목소리가 맑다고 칭찬해주는 국어선생님과 벚꽃 지는 벤치에서 함께 노래 부르던 친구들이 곁에 있어. 그러니 내가 꿈속에 자주 못 가도 슬퍼하지 말고, 새벽 세 시에 일어나 내 사진을 자꾸 꺼내보지 마.”
비처럼 주룩주룩 내리던 슬픔이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별로 바뀌고 아이는 고백한다. “나를 위해 걷고 나를 위해 외치고 나를 위해 싸워줘서 고마워. 그날 이후에도 많이 사랑해줘서, 이렇게 아프게 사랑해줘서 고마워.”
책은 진은영 시인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유예은 학생을 위해 지은 시 ‘그날 이후’를 다듬어서 옮겼다. 10대 청소년에서 어린아이, 갓난아이 시절로 역행하는 그림의 구성과 진은영의 시가 만나 도리 없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슬픔을 꾹꾹 삼키듯 덜어내고 절제한 그림은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뚝뚝 떨어진다. “뭘 자꾸 그리려고, 빡빡하게 칠하지 않으려” 했다는 이수지 작가의 애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김없이 4월이 왔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 슬픔이 옅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가슴을 부여잡게 만든 ‘그날’ 말고, 스쳐 지난 일상 속 소소히 행복했던 날들을. 엄마아빠를 부르며 까르르 웃던 날들을. 별이 된 아이들이 기억되고 싶은 모습은 그런 장면들일 거라고 책은 말하는 듯하다.
열두 번째로 맞는 열일곱 살 생일. 책의 마지막 장을 닫으며 아이가 그토록 듣고 싶었을 노래를 가만히 불러본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생일 축하합니다.
※책의 수익금은 전액 세월호 참사 관련 공익적 활동에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