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균 경유 가격 2000원 돌파
국제유가 하락 움직임에 정부가 10일부터 적용되는 ‘3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2차 때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2주일 전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ℓ당 보통휘발유 1934원, 자동차·선박용 경유 1923원, 실내 등유 1530원을 최고 공급가로 지정한 기준을 유지한 것이다.
정유사의 공급가 상한선을 동결해 주유소 판매가 인상 속도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취지다. 중동 정세가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휘발유에 이어 특히 서울 평균 경유 가격까지 ℓ당 2000원을 넘어서면서 택배기사 등 생계형 수요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산업통상부는 9일 “민생 안정이라는 석유 최고가격제의 기본 취지, 국제유가와 수요 관리 필요성을 종합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고가를 동결한 이유로 먼저 경유값 안정을 들었다.
산업부는 “경유의 경우 화물차 운전자, 택배기사, 농민과 어업인 등 생계형 수요자가 많다”며 “민생 물가 전반에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경유 국제 가격이 크게 상승했지만 동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평균 경유 가격은 ℓ당 2005.56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10.86원 오른 수치다.
서울 평균 경유 가격이 2000원을 넘긴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이 있었던 2022년 8월4일(2006.42원) 이후 3년8개월 만이다. 지난 7일 이미 ℓ당 2000원을 넘긴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21.59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8.20원 올랐다.
산업부는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전날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사실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 땐 국내 유가 0.5% ↑ 전망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휴전 상황이 되면서 국제유가와 상품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며 “(ℓ당 210원씩 올린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이후) 2주간의 국제유가 평균가가 있지만 갑작스럽게 (휴전이라는) 변수가 발생해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주간의 국제유가만을 석유 최고가격제 설정에 반영했다면 경유는 300원, 등유는 100원, 휘발유는 20원 정도 상한선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양 실장은 휴전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4차 석유 최고가격을 인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아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 실장은 실제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부과한다면 국내 기름값이 약 0.5%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양 실장은 “이란이 실제로 통행료를 부과할지 안 할지, 국제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등 변수가 너무 많다”고 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통항 상황에 대해선 “외교부가 미국·이란 측과 협의 중이고 해양수산부가 선사들과 논의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특별히 진전된 내용은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이외의 대체 경로를 통한 원유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4월분 5000만배럴, 5월분 6000만배럴의 대체 원유를 확보한 데 이어 7월 물량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4851개 주유소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해 85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사재기 8건, 가짜 석유 1건, 등유를 차량용 연료로 판매 3건, 정량 미달 1건, 영업 위반 27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