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 벨트 끼임’ 뚜안 사망 한 달…유족 대리 이용덕씨 인터뷰
이용덕 이주노동자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활동가(왼쪽)와 장혜진 노무사.
고인과 같은 사망 사례 작년만 ‘2건’
관련 사업장 관리만 해도 없었을 일
올해 1~3월 이주노동자 13명 사망
대다수 찍힐까봐 위험하단 말 못해
정부, 산재 문제 해결 의지 보여야
“뚜안 사고는 법과 제도가 만든 구조적 살인입니다.”
지난달 10일 경기 이천시 한 자갈 가공업체에서 이주노동자 뚜안(23)이 컨베이어 벨트 끼임 사고로 숨졌다. 사고 발생 한 달을 앞둔 지난 7일 경기 오산시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용덕 소금꽃나무 활동가는 “과연 이주노동자들의 반복된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사용자의 안전의식 부재에서만 비롯됐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했다. 이 활동가는 같은 단체의 장혜진 노무사와 함께 뚜안 유족을 대리해 활동해왔다.
경기이주평등연대 집계를 보면 올 1~3월 이주노동자 13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 작업환경이 위험하고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다 변을 당했다. 끼임, 질식, 매몰 등 다양한 유형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이 활동가는 “한국에 온 노동자들은 대부분 정부의 고용허가를 받은 사업장에서 일한다”며 “문제는 정부가 허가는 내주지만, 사업장의 안전관리 실태는 살펴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위험한 것을 위험하다’고 말할 수 없는 환경이 근본 문제”라고 했다.
이 활동가는 “현행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절대적인 을의 위치에 놓이게 만든다”며 “비자 연장부터 사업장 이동까지 모든 것이 전적으로 사용자 뜻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주노동자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순간 그는 사용자에게 찍히게 된다”며 “그러면 더는 한국에서 일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이 활동가는 소금꽃나무가 지원한 이주노동자들의 사례를 들었다. 경기 안산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네팔 이주노동자 A씨는 지속되는 사업주의 괴롭힘에 사업장 변경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업주는 오히려 A씨의 얼굴에 뜨거운 커피를 부은 뒤 “마음에 안 들면 불법체류나 하라”고 소리쳤다. 이주노동자들 사업장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는 “뚜안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야간 노동이 너무 힘들다고 반복적으로 말했지만, 사용자에게는 어떤 요구도 하기 힘들었다”며 “야간 노동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결국 야간 노동 중에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장 노무사는 사고 발생 이후 고용노동부의 대처 역시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뚜안 사고의 경우 특별근로감독도, 압수수색도 없었다”며 “노동부가 이 사업장에서 벌어진 문제에 대해 정말로 무게감을 가지고 조사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활동가는 “이재명 대통령은 산재 사망을 직보하라고 했고,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직을 걸겠다’고 했다”며 “그 후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죽었는데, 아직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레토릭과 호언장담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미흡한 대처는 다른 사고로 이어진다. 뚜안처럼 이주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는 여러 번 발생했다. 지난해만 해도 화성의 플라스틱 제조공장(8월3일), 창원의 금속 제조업체(6월26일)에서 이주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 장 노무사는 “사망사고 이후 최소한 컨베이어 벨트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리 감독하고 제재했더라면 비슷한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가 정말로 산업재해를,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으면 고용허가제를 폐지해 이주노동자들의 실질적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뚜안의 동생 뚜는 이날 한국에 왔다. 사고 후 유족이 한국에 온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