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시행된 3월 10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원청교섭 쟁취 투쟁 선포대회를 열고 있다.정효진 기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한 달을 맞아 ‘쪼개기 교섭’과 현장 혼란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가 “초기 단계에서 교섭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10일 고용노동부는 법이 시행된 지난달 10일부터 전날까지 372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1011개 하청노조(약 14만6000명)가 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민간 216개 원청(616개 노조), 공공 156개 원청(395개 노조) 등이다. 노동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교섭요구 증가세가 완화되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전체 하청노조 대비 교섭요구 비중은 약 5% 수준으로 추정했다.
다만 실제 교섭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은 33곳, 교섭노조 확정공고까지 진행된 곳은 19곳에 그쳤다. 실제 원·하청 교섭이 시작된 사례는 한동대학교 1건이다. 상당수 사업장이 교섭에 앞서 노동위원회 판단을 거치는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무대응’에 대응해 교섭요구 미공고 시정신청은 총 54건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사용자성이 인정된 사례는 6건이다. 교섭요구에 비해 시정신청 건수가 현저히 적다는 지적에 노동부는 업종별 ‘리딩 케이스’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 해석했다. 비슷한 업종이나 구조의 사건에서 사용자성 판단, 교섭단위 분리 판단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본 뒤 따라가려는 분위기가 있다는 설명이다.
교섭단위 분리는 총 117건이 접수돼 현재까지 12건에 대해 판단이 내려졌다. 포스코·인천국제공항공사·국민은행·하나은행 등에서는 직무·노조별 교섭단위 분리가 인용됐다. 반면 쿠팡CLS와 SK에너지·에쓰오일·고려아연 등에서는 분리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신청이 기각됐다. 노동부는 판단이 나뉜 것을 근거로 “교섭단위가 무한정 쪼개지는 구조는 아니다”며 “직무·노조 특성을 고려해 분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달 간 교섭요구 추이 (제공=고용노동부)
노동부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쪼개기 교섭’이라는 비판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교섭단위 분리와 사용자성 판단은 노사 간 교섭 범위를 정리하는 과정일 뿐, 곧바로 다수 교섭이 난립하는 구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범위도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영역으로 한정되는 만큼 경영권 전반을 침해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청이 대거 취하된 데 대해서는 제도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입장을 내놨다. 시정신청 159건 중 71건, 교섭단위 분리 신청 114건 중 27건이 취하됐는데, 노조가 판단기한을 다시 확보하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기업이 답변 준비 부담을 떠안고, 노동위원회 역시 기한 내 처리 압박을 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동부는 “취하는 신청인의 권리라 제도적으로 막기 어렵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정부는 현재 상황을 ‘교섭 난립’이 아니라 ‘교섭 질서 형성 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금은 법에서 예정한 절차를 통해 ‘교섭의 틀’을 형성하는 단계”라며 “개정법은 원·하청 간 대화를 제도화하는 취지로, 초기 혼선보다는 제도 안착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회사에서 노사가 협상할 때 노동자 집단을 나눠 따로 교섭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보통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에 따라 노조가 여러 개 있어도 대표 노조 한 곳만 교섭하지만, 업무나 고용 형태가 달라 이해관계가 크게 다를 경우 노사 당사자가 노동위원회에 분리를 신청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신청 접수일로부터 30일 내에 교섭단위 분리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