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더라도 원유 수급 등이 빠르게 정상화되기 어렵다고 평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4.10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미국·이란 전쟁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월 내놓은 올해 전망치(2%)보다는 떨어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유가 상승에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상승률도 전망치인 2.2%를 크게 상회한 2% 중·후반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10일 ‘4월 경제상황 판단’에서 “올해 성장률은 중동전쟁 영향으로 하방압력이 크게 중대됐으나 반도체 경기 호조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정부 정책대응이 충격을 완충함에 따라 당초 예상치 2%를 다소 하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오를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중동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 으로 지난 전망치 (2.2%)를 상당폭 상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성장률은 전망을 ‘다소’ 하회, 물가는 ‘상당폭’ 상회한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이번 전쟁으로 경기의 하방 위험보단 물가의 상방 위험을 더 크게 판단한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은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 전망치인 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전쟁이 끝나더라도 원유 수급 등 에너지 공급망이 빠르게 정상화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번 주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지만 앞으로 종전 합의에 원만하게 도달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수습 국면으로 전환되더라도 에너지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재는 “러·우 사태는 유럽지역에 주로 영향을 준 반면 이번 중동 사태는 아시아 지역, 특히 석유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대만 이런 쪽의 충격이 크기 때문에 공급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한 상태지만, 만약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중동 에너지 시설이 타격을 받을 경우엔 물가와 경기의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석유가격 최고가격제를 계속 가져갈 수는 없으니까 (충격이) 상당폭 지속되면 물가가 저희 예상보다 올라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레바논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서로 보복해서 에너지 인프라가 파괴되면 종전이 돼도 영향이 장기적”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