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3000만원 미만’이라 공소시효 만료 판단
‘쪼개기 후원’ 여야 의원 수십명 수사는 계속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10일 통일교 관련 의혹 수사 중 ‘금품수수 혐의’를 받은 전·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해 ‘공소권없음·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번 수사결과는 지난 1월6일 합수본이 출범한 이후 3개월여 만에 처음 나왔다. 통일교 관련 의혹 중 ‘쪼개기 후원’ 수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
합수본은 이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통일교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금품을 전달한 의혹을 받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 정원주 전 비서실장,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도 무혐의로 결론 냈다. 합수본은 “공소시효가 완성되거나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2018년 8월21일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에서 한 총재 등에게서 ‘한·일 해저터널 사업’ 등과 관련한 청탁을 받고 까르띠에 시계와 현금 2000만~300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았다. 2019년 10월28일 통일교 측으로부터 선화예중·고 이전에 관한 청탁을 받고 자서전 구매 대금 명목으로 현금 1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임·김 전 의원은 2020년 4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조사를 받았다.
합수본은 까르띠에 시계가 전 의원 측에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날짜와 시기 등을 특정했지만, 객관적으로 시계가 전달된 정황까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실장이 이 시계를 전 의원의 지인이자 통일교 측 지인에게 맡긴 사실도 확인했으나 실물을 확보하지 못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전 의원에게 전달된 시계를 불가리라고 지목했으나, 합수본은 구입 시기와 전 의원의 천정궁 방문 등을 따져봤을 때 불가리 시계 구입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와 함께 전 의원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의혹이 제기된 현금은 수수 여부와 액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합수본은 윤 전 본부장 진술 외에 금액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합수본은 까르띠에 시계를 포함해 통일교에서 제공한 금품 금액을 ‘3000만원 이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형법상 뇌물죄는 뇌물 산정 가액이 3000만원 미만이면 공소시효 7년을 적용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전 의원의 뇌물 수수 의혹은 7년의 공소시효가 완료돼 공소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시계를 건넨 2018년 8월21일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8월 말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는 것이다.
다만 합수본은 수사 과정에서 전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PC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전 의원의 보좌진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전 의원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전 의원은 이번 무혐의 처분으로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합수본이 통일교 관련 수사를 다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놓고 선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합수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합수본에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지난 3일 전 의원 등을 불송치 결정했다. 이후 검찰이 필요한 검토를 거친 뒤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고, 불송치 송부된 사건 기록을 이날 경찰에 다시 반환했다.
합수본은 통일교 관련 수사 중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의혹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국회의원 수십명에게 통일교 자금을 개인이 기부하는 것처럼 쪼개기로 후원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으로 지난달 5일 통일교 산하단체 천주평화연합의 송광석 전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 사건에서 한 총재와 정 전 비서실장, 윤 전 본부장은 피의자 신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