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3000만원 미만’이라 공소시효 만료 판단
‘쪼개기 후원’ 여야 의원 수십명 수사는 계속
김건희 특검팀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머무는 경기 가평군 천정궁을 압수수색한 지난해 7월18일 통일교 신자들이 건물 입구에서 기도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10일 통일교 관련 의혹 수사 중 ‘금품수수 혐의’를 받은 전·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해 ‘공소권없음·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번 수사결과는 지난 1월6일 합수본이 출범한 이후 3개월여 만에 처음 나왔다. 통일교 관련 의혹 중 ‘쪼개기 후원’ 수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
합수본은 이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통일교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금품을 전달한 의혹을 받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 정원주 전 비서실장,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도 무혐의로 결론 냈다. 합수본은 “공소시효가 완성되거나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2018년 8월21일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에서 한 총재 등에게서 ‘한·일 해저터널 사업’ 등과 관련한 청탁을 받고 까르띠에 시계와 현금 2000만~300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았다. 2019년 10월28일 통일교 측으로부터 선화예중·고 이전에 관한 청탁을 받고 자서전 구매 대금 명목으로 현금 1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임·김 전 의원은 2020년 4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조사를 받았다.
합수본은 까르띠에 시계가 전 의원 측에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날짜와 시기 등을 특정했지만, 객관적으로 시계가 전달된 정황까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실장이 이 시계를 전 의원의 지인이자 통일교 측 지인에게 맡긴 사실도 확인했으나 실물을 확보하지 못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전 의원에게 전달된 시계를 불가리라고 지목했으나, 합수본은 구입 시기와 전 의원의 천정궁 방문 등을 따져봤을 때 불가리 시계 구입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와 함께 전 의원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의혹이 제기된 현금은 수수 여부와 액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합수본은 윤 전 본부장 진술 외에 금액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합수본은 까르띠에 시계를 포함해 통일교에서 제공한 금품 금액을 ‘3000만원 이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형법상 뇌물죄는 뇌물 산정 가액이 3000만원 미만이면 공소시효 7년을 적용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전 의원의 뇌물 수수 의혹은 7년의 공소시효가 완료돼 공소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시계를 건넨 2018년 8월21일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8월 말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는 것이다.
다만 합수본은 수사 과정에서 전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PC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전 의원의 보좌진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전 의원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전 의원은 이번 무혐의 처분으로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합수본이 통일교 관련 수사를 다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놓고 선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합수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합수본에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지난 3일 전 의원 등을 불송치 결정했다. 이후 검찰이 필요한 검토를 거친 뒤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고, 불송치 송부된 사건 기록을 이날 경찰에 다시 반환했다.
합수본은 통일교 관련 수사 중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의혹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국회의원 수십명에게 통일교 자금을 개인이 기부하는 것처럼 쪼개기로 후원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으로 지난달 5일 통일교 산하단체 천주평화연합의 송광석 전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 사건에서 한 총재와 정 전 비서실장, 윤 전 본부장은 피의자 신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