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2026 한중청년대화’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 다섯 번째가 이희옥 성균관대 명예교수. 성균중국연구원 제공
성균중국연구원은 10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2026 한·중청년대화’를 개최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한·중 청년 10명이 참여해 ‘상호 혐오와 완화 방안’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혐오를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미디어·정치·정보 환경이 결합한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한국 측 발표는 냉혹한 숫자로 시작됐다. 국민대 재학생 장호진씨가 인용한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대중국 호감도는 2002년 65.0%에서 2025년 19.0%로 급락했다. 서울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비호감 외국인 1순위’로 중국인을 꼽은 비율이 65.5%로 2위 일본(17.3%)과 큰 차이를 보였다. 비호감 이유로는 ‘높은 범죄 가능성’(79.9%)과 ‘사회질서 위협’(71.8%)이 압도적 1·2위였다.
그러나 장씨는 “202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내국인 범죄는 2815건, 외국인은 1502건”이라며 “중국인은 위험하다는 인식은 경험이 아니라 정보에 의해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 수치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성균관대 석사수료생 하양제(何洋潔)씨가 인용한 칭화대 전략안전연구센터(CISS) 2025년 조사에서 중국 응답자의 한국 호감도는 5점 만점에 2.61점에 머물렀다.
10일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2026 한·중청년대화’ 참가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성균중국연구원 제공
서울시립대 재학생 박정현·노현지씨는 혐중 정서가 확산하는 구조를 단계별로 분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언론이 자극적인 혐중 콘텐츠를 생산하면 알고리즘이 이를 우선 노출해 동조를 유도하고, 청년층이 댓글로 재생산하면서 조회 수와 ‘좋아요’로 보상받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박씨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 게시물을 한 번 보기 시작하니 알고리즘이 온통 부정적 여론으로 채워졌다”며 “댓글에는 인신매매 조직이 함께 들어온다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비자 시행 후 석 달간 중국인 범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재학생 임가은씨는 혐오와 열광이 같은 대상에 공존하는 역설을 주목했다. 2024년 기준 한국 스마트폰 이용자의 47.1%가 테무·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쇼핑앱을 설치하고 마라탕과 넷플릭스 중국 드라마를 즐기면서도, 정치적 대상으로서의 중국에 대한 혐오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임씨는 “감정을 직접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 발표자들은 혐한의 뿌리를 정치-미디어-감정의 연쇄 구조에서 찾았다. 서울시립대 석사과정 유학 중인 양싱신(楊興鑫)씨는 20여년간 한·중 관계 보도를 분석해 “정치 관계가 안정적일 때 미디어는 협력을 보도하고, 긴장될 때 부정적 이슈가 확대된다”라고 밝혔다. 분수령은 2016~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였다. 한국의 한 SNS 이용자가 중국 광저우 거리를 서울 종로로 묘사해 올린 게시물이 수정되지 않자 중국 SNS에서 ‘도둑’ 논란이 폭발한 사례처럼,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기존 편견에 부합하는 정보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국민대 량이팅(梁怡婷)씨는 서울 성수동 한 카페의 중국인 출입 제한 논란을 예로 들었다. 그는 “처음에는 불편함과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정보의 출처와 확산 과정을 살펴보면서 개별 사례가 여론 속에서 쉽게 일반화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양대 왕더전(王德臻) 씨도 “번역이 부정확하거나 일부 댓글만 보여주는 게시물이 한국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뤄성찬(羅聖燦)씨는 ‘온라인 게임·e스포츠와 혐한 형성’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중국 이용자들이 낮은 네트워크 지연을 이유로 한국 게임 서버에 접속하면 경쟁 매칭에서 한국 이용자와 한 팀이 된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협력이 어긋나고, 팀에서 소외된 경험이 커뮤니티에서 “한국 쪽은 원래 그렇다”는 집단 이미지로 굳어진다는 것이다.
e스포츠는 이 감정을 국가 단위로 증폭시킨다. 나씨는 “경기력뿐 아니라 한국 선수가 중국 팬 문화에 얼마나 적응하려 하는가까지 심판받는다”면서 다만 “공동 목표가 주어질 때 게임은 국적을 넘어 연대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국 청년들이 공통으로 꼽은 처방은 ‘직접 경험’이었다. 한양대 이주영씨는 올해 1월 학부생 20명과 다녀온 중국 어학연수를 증거로 들었다. 그는 “출발 전 선입견을 품었던 학생 대부분이 현지에서 사람을 직접 만나고 나서 훨씬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양싱신씨는 “2026년 1월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회담 직후 중국 SNS 댓글 분위기가 즉각 달라졌다”며 정치 관계 개선이 민간 감정에도 빠르게 반영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호진씨는 혐오 콘텐츠 수익 제한과 양국 공동 팩트체크 시스템 구축을 대안으로 꼽았다. 박정현·노현지 씨는 “우리는 그동안 상상 속의 서로를 미워했지만 이제는 현실과의 정확도를 따져볼 때라면서 알고리즘이 만든 부정 편향을 이용자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탈출 형식의 한·중 교류 행사 모델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