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선박.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11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첫 대면 협상 개시에 맞춰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 작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 언론들은 이란이 휴전 이후에도 해협 통행을 제한하는 것은 의도적인 봉쇄가 아니라 설치해 놓은 기뢰의 위치를 모르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 바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부사령부 병력이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 여건 조성을 시작했다”면서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USS 프랭크 E. 피터슨함과 USS 마이클 머피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아라비아만에서 이란이 설치한 기뢰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광범위한 임무의 일환으로 작업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성명은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해상 통로이자 세계 및 지역 경제 번영을 뒷받침하는 필수 무역 통로”라면서 “수중 드론을 포함한 추가 미군 병력이 향후 며칠 내 기뢰 제거 작업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은 “우리는 오늘 새로운 항로를 구축하는 절차를 시작했으며, 자유로운 상거래 흐름을 장려하기 위해 곧 해양 업계와 이 안전한 항로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군 대변인은 “미국 함정이 호르무즈 해협에 접근하고 진입했다는 미 중부사령관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한다”면서 “모든 선박의 통행 및 이동에 대한 주도권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 군대의 손에 있다”고 반박했다.
미군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는 지난 2월28일 미·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을 개시한 후 미 군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첫 번째 사례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인근 민간 선박 승무원들이 녹음한 무전 교신 내용에 따르면, “이것이 마지막 경고”라는 이란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 군함은 “우리는 국제법에 따라 통항하고 있으며 휴전 규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답한 후 해협에 진입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남아시아 전략안정연구소 소장인 마리아 술탄은 “만약 미국 함정이 실제 해협을 통과했다면 이란의 허가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란이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지 않으면 자유로운 이동은 불가능하다”고 알자지라TV에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전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더 많은 선박 통행을 허용하려 했지만, 설치해 놓은 기뢰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일부 기뢰는 바다에서 고정되지 않고 떠다닐 수 있도록 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이후 안전 항로를 표시한 해도를 공개했지만, 기뢰가 무작위에 가깝게 설치됐기 때문에 안전 항로도 제한적이라는 게 미국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기뢰 제거 작업을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중국, 일본, 한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호의로 호르무즈 해협을 정비하는 과정을 시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정리 작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기뢰 제거 작전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어 보인다.
최근 미국은 기뢰 제거를 위해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어벤저급 소해함인 USS 파이오니어와 USS 치프를 미 중부사령부 관할 구역에 불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미 해군연구소(USNI) 뉴스가 전했다. 두 소해함은 최근 이동을 시작해 남중국해를 통과한 뒤 싱가포르에 입항했다. 다만 미 제5함대 대변인은 두 소해함의 최종 목적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고 USNI뉴스는 전했다. 또 중동 지역에는 잠수 요원과 무인 시스템을 결합해 기뢰 제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미 해군의 폭발물 처리(EOD) 부대가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기뢰 제거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지는 앞으로 진행될 협상 분위기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12일 미국과 이란 간 마라톤 종전 협상 와중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군함은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IRGC는 이란 현지 언론에 배포한 성명을 통해 “구체적인 규정에 따라 오직 비군사적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만을 허용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미국과 이란의 첫 대면 협상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두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공동 관리’ 제안을 거부하고, 자신들이 해협을 통제하면서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