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의 법리 판단, 며칠 만에 송두리째 뒤집어”
대법원 판결 확정된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
국회로 ‘법원의 법정’ 옮겨 입법부가 재판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 반한다는 지적 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앞두고 “국정조사가 수년간 수십 수백 회에 걸쳐 법원의 증거조사와 판단이 이뤄진 사실관계와 법리를 단 며칠 만에 송두리째 뒤집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법치주의와 사법 시스템이 무너지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더는 침묵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판결이 선고되거나 재판 중인 사건, 심지어 대법원판결이 확정된 불법 대북송금 사건, 그와 직접 관련된 사건에 대해 국회로 ‘법원의 법정’을 들어 옮겨 입법부가 사실상 사법부 역할을 맡아 재판을 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족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을 노리고 조작 수사·기소를 했다는 의혹을 국정조사 중이다. 이 전 총장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등 국정조사 대상 수사가 진행될 당시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검찰총장을 지냈다. 국조특위는 이 전 총장을 오는 16일 조사에 증인으로 불렀다.
이 전 총장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형사재판에서는 유무죄 증거의 비율이 90:10이라도 유죄판결이 용이하지 않다”면서 “그런데 그 좁은 길을 뚫고 유죄판결이 선고되거나 확정된 사건에서 90의 유죄증거는 내버리고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대증거만 부각해 국회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그 예로 국조특위의 핵심 쟁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번복을 들었다.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6월 대북송금 수사를 받던 중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 국조특위는 박상용 검사와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박 검사의 회유와 압박으로 진술이 번복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전 총장은 “검사가 회유해 진술했다고 주장하는 조서는 정작 법정에서 아예 증거로 쓰인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현직 검사 40여명을 증인으로 불러 죄인처럼 추궁하는 것은 수사와 재판에 외압을 가하여 사법시스템을 크게 위축시키는 국정조사”라며 “이러한 국정조사가 진행된다면 앞으로 정치권과 권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맡아 수행할 검사와 판사는 단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검찰의 지휘 감독을 맡았던 저에게 책임을 묻기 바란다”면서 “수사 일선에서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애써온 검사 수십명을 불러내어 외압을 가하는, 더 나아가 진행 중인 법원의 재판과 판사에까지 외압을 가하는 국정조사는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