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기업 비업무용 토지 현황 파악 착수 방침
“근본적 부동산 과세 체계 개편해야”
국토교통부가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18일부터 공개한다고 밝힌 17일 서울 남산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 너머로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김창길 기자
국세청이 기업이 보유한 고가주택을 전수 점검한다. 사주 일가가 정당한 대가 없이 거주하며 탈루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비업무용 부동산의 탈세 여부로도 검증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재정경제부도 조만간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현황 파악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정부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부동산 과세 체계 개편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12일 페이스북에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사주일가가 거주하고 있다면 전형적인 비업무용 부동산”이라며 “비업무용 부동산인 법인 소유 주택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임 청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민주택 규모 이상이면서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을 보유한 법인은 1600여개로, 총 2630개의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는 5조4000억원, 평균 공시가격은 약 20억원이었다. 공시가격 50억원 초과 주택도 100여 개에 달했으며, 10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법인도 있었다.
국세청은 해당 주택들이 법인 업무용이 아닌 사주 일가의 사적 거주지나 투기 목적으로 이용됐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세법상 직원 사택이나 임대업용은 문제가 없지만, 사주 일가가 정당한 대가 없이 거주하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즉시 세무조사로 전환해 관련 세금을 추징할 계획이다.
임 청장은 “이번 점검을 시작으로 법인 명의 토지 등 다른 비업무용 부동산의 이용 실태도 면밀히 파악해 엄정한 검증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문제를 직접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이 대통령은 “기업이 당장 필요도 없는 부동산을 대규모로 보유하는 것은 문제”라며 “보유 부담을 대폭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재정경제부도 조만간 비업무용 토지 현황 파악에 착수할 방침이다. 현행 종부세 체계에서 업무용으로 인정되는 토지는 별도합산으로 분류돼 80억원의 공제와 0.5∼0.7%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반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토지는 종합합산으로 분류돼 5억원 공제에 1.0∼3.0%의 높은 세율이 부과되는데, 비업무용 토지가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종합합산 토지 전체를 비업무용 토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공장 부지를 매입했더라도 자금 조달이나 인허가 문제로 착공이 지연된 경우나 건축물 면적 기준을 초과한 잉여 부지 등이 종합합산 대상으로 분류돼 세금이 매겨지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실제 비업무용 보유 비중을 별도로 파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조사에 그치지 말고 실효세율 강화 등 근본적인 과세 체계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일회성 점검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과세 체계 개편이 동반돼야 한다”며 “기업의 비정상적 부동산 수익 구조를 차단하기 위해 비업무용 토지의 실효세율을 대폭 강화하는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