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이스라엘 방위군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 뒤 유기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유하며 “우리가 문제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엑스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위군의 반인권적 행태를 담은 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비판하자 이스라엘 정부의 규탄 성명, 그에 대한 이 대통령과 외교부의 재반박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제 인권 이슈와 관련해 미국의 맹방인 국가를 공개 비판한 것도, 당사국이 그에 반발해 국가 간 갈등으로 비화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한 뒤 옥상에서 떨어뜨렸다는 영상을 공유하며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적었다. 그러자 이스라엘 외교부는 “받아들일 수 없고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12일까지 이틀에 걸쳐 엑스를 통해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한데 실망” “내 생명과 재산만큼 남의 생명과 재산도 귀하다”며 재반박했다.
이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민감한 주제와 관련한 사견을 SNS에 올리는 게 적절한가를 두고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대통령 글이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한국인의 평균적 상식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 가치에 부합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스라엘의 도를 넘는 행태를 두고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공개된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고관의 ‘고문과 대량학살’ 보고서에는 이스라엘의 고문 행태 등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문명사회에선 있어선 안 될 국가적 범죄라고 할 만하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반인도적·반인권적 행태부터 성찰해야 한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 대통령이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야에 유대인 학살을 경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 발언은 유대인 학살을 경시하는 게 아니라 홀로코스트와 같은 인류사의 비극이 더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오죽하면 지난해 이스라엘 출신 세계적 소설가 다비스 그로스만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며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왜 집단학살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었는지 자문한다”고 했겠는가.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인 와중에 레바논에 대한 군사적 공격 수위를 높여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전쟁이 길어지면 그 피해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영국·프랑스에 이어 일본까지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권위와 정당성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는 게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